CJ ENM(035760)이 디지털 광고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관련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 조성을 목표로 하던 ‘K-컬처밸리’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2000억~2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자회사 CJ라이브시티의 순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넷마블(251270) 지분 일부를 처분하는 등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행보다.

23일 CJ ENM과 비상장 계열사 메조미디어의 공시를 종합해 보면, CJ ENM은 지난 6월 27일 메조미디어 창업주 겸 2대 주주인 우영환과 베리타스커넥트로부터 주식 34만3450주를 168억원을 주고 추가 인수했다. 이에 따라 CJ ENM의 메조미디어 지분율은 기존 51%에서 67%로 올라갔다.

그래픽=손민균

동시에 CJ ENM은 이달 16일 계열사 디베이스앤의 지분 100%를 메조미디어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43억원 규모다. CJ ENM이 메조미디어를 중심으로 디지털 광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메조미디어 지분을 추가 인수하게 됐다”면서 “그동안은 2대 주주 등과 경영활동에 대한 협의가 필요했으나, 지분이 67%로 올라간 만큼 격변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보다 민첩하게 의사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형 광고대행사도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내재화하는 등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메조미디어는 1999년 설립된 디지털 미디어렙사다. 미디어렙은 광고주(기업)·광고대행사와 매체사 사이에서 광고 상품을 유통·운영하는 사업을 한다. 기업이 최상의 광고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고 광고를 집행하며 그 효과가 어땠는지 분석한다. 메조미디어와 함께 KT(030200) 계열 나스미디어(089600), SK스퀘어 관계사 인크로스(216050)가 국내 미디어렙 상위 3개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승록 메조미디어 대표는 디베이스앤과의 화학적 결합을 주도할 전망이다. /메조미디어 제공

메조미디어는 대량의 광고 지면을 구매한 후 이를 묶은 광고 상품을 광고주에게 다시 판매하는 광고 플랫폼 사업도 벌이고 있다. 회사는 ‘타겟픽’이라는 광고 플랫폼이 있는데, 정교한 데이터를 내세워 기업이 모바일, PC, TV, 커넥티드TV(CTV)를 아울러 통합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한다.

메조미디어 산하로 편입된 디베이스앤은 2018년 설립된 회사다. 짧은 연혁에도 디지털 광고 대행 시장에서 업계 상위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등 존재감을 키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대행)다.

메조미디어와 디베이스앤의 화학적 결합은 지난 3월 취임한 백승록 메조미디어 대표가 주도할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 분야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에서 컨설팅 부문 대표를 지낸 백 대표는 취임 초부터 디베이스앤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간 같은 CJ ENM 계열사이면서 유사 사업을 벌이며 경쟁을 벌이기도 한 두 회사는 메조미디어 중심으로 본연의 업무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 영역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디지털 마케팅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4319억달러(약 60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디지털 광고 플랫폼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해 2032년 1조1286억달러(약 156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도 9조원대(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추산)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