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보편적으로 15개 안팎의 소프트웨어형 서비스(사스, SaaS)를 쓴다고 한다. 이쪽 시장이 정말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19 이후로 관심을 두고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C-포럼에서 “이제는 SaaS를 (개발하기) 위한 SaaS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지애(왼쪽) KB인베스트먼트 상무가 4일 오후 열린 C-포럼에서 SaaS 산업의 성장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영현 스쿼드엑스 공동대표. /조선비즈

C-포럼은 투자자와 창업가가 모여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포럼이다. 조선비즈와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AC)인 씨엔티테크가 함께 주관한다. 이날 C-포럼에서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의 패널 토의에 이어 각 산업 분야별 세션이 열렸다.

SaaS 세션에는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와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 최영현 스쿼드엑스 공동대표, 고준용 시큐어링크 대표가 참석했다. 스쿼드엑스는 기업이 미디어커머스(콘텐츠를 활용한 미디어 판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시큐어링크는 차세대 통합보안 업체로, 2022년 인공지능(AI) 악성코드 탐지 기술을 아시아 최초로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전화성(맨 왼쪽) 씨엔티테크 대표가 4일 오후 열린 C-포럼에서 SaaS 산업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션에는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 최영현 스쿼드엑스 공동대표, 고준용 시큐어링크 대표가 참석했다. /조선비즈

황병선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는 (거의) B2B(기업 간 거래) SaaS밖에 없다고 한다”며 “그 이유는 시장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믿음은 단순하다. B2B SaaS는 시장을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고객 수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B2B SaaS는 고객사의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의 문제만 정확히 파악하면 시장 규모는 99%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aaS 시장에 대해 이들은 국내 기업이 미국보다 온프레미스(On-premise·기업이 자체적으로 IT 인프라를 보유)를 선호해 SaaS 도입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SaaS 이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지애 상무는 그간 국내 기업의 SaaS 이용이 저조했던 배경에 대해 “우선 한국은 IT(정보기술) 인프라가 너무 좋다. 필요한 서비스가 있으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문화도 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시절 ‘줌(Zoom)’ 등을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SaaS에 적응하기 시작해 지금은 보편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SaaS 제공과 온프레미스 납품을 병행하는 것이 옳은 전략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렸다. 전화성 대표는 “기본 구독모델만으로는 매출이 잘 안 오른다. (나는 투자자로서 투자사에게) 기업에 온프레미스를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SaaS 사업과) 병행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경영 환경이 어렵다면 생존을 위해 온프레미스를 병행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SaaS와 온프레미스는 DNA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려면 온프레미스 사업 병행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SaaS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가 4일 오후 열린 C-포럼 SaaS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비즈

SaaS 산업의 우려 점으로는 보안이 꼽혔다. 고준용 시큐어링크 대표는 “SaaS는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보안”이라며 “SaaS는 경우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룰 때가 있다. 만약 보안에 취약점이 생겨 악성코드가 포함된 채 배포되거나,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SaaS 서비스의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 특성에 따라 SaaS와 온프레미스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사업모델(BM)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영현 스쿼드엑스 공동대표는 “미디어커머스 SaaS가 기존에는 없던 솔루션이어서, (과금 정책 등을 세울 때) 참고할 선례가 없었는데, 라이브커머스에서 숏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용 구조를 다시 조정했고, 이 점이 유효했다”며 “미디어커머스와 같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산업의 SaaS는 (서비스의) 역할 범위와 과금 정책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숏폼 이후에 또 다른 모습(의 콘텐츠)이 나오면 그에 맞는 구조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