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재를 구하고 투자를 받으려면 서울로 가야 해요. 수도권 중심으로 창업이 이뤄지고, 자원이 몰려 있으니 악순환이죠. 서울과 부산이 창업 양대 축이 돼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지역 내에서 커지고 있어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의 부의장이자 동남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지(37) 브이드림 대표는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 업체 브이드림 역시 이런 이유로 서울지사를 두고 있다. 고객사 80%가 수도권에 있는 것도 이유다.

서울로 빠르게 오가기 위해 해운대구에 있던 회사도 부산역 인근으로 옮겼다. 김 대표는 주 3일은 서울, 나머지는 부산에 체류하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인천 등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민관이 합심해 창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는 인구 330만명이 붕괴되는 등 인구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수도권으로 묶이는 인천은 인구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제2의 도시’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인구가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부산 창업 기업 수 또한 6만8332개(2023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국 창업 기업 수(123만8617개)의 5.5% 수준이다. 서울(23만141개), 경기(36만9562개), 인천(7만8930개) 등 수도권에 창업 기업 전체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위기감이 지역 내에 퍼지면서 관(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동남권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플랫폼 ‘브이런치(V:Launch)’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신발 제조 공정 디지털 전환 스타트업인 크리스틴컴퍼니, 화물운송 플랫폼 센디 등 9개 기업이 109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5일 산업은행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1000억원 규모의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를 본격 출범했다. 부산 지역에 중점 투자하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동남권 지역 내 전문 투자기관 육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글로벌 유수 투자 기관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김 대표는 “그간 부산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낮게 평가받고, 시리즈B 이상의 후속 투자 유치가 불가능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펀드 조성으로 다양한 벤처캐피털(VC)이 관심을 갖게 되면 여기서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뿐 아니라 지원 인프라도 뒷받침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연내 부산창업청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창업 지원 기능을 한 데 모은 컨트롤타워다.

부산시는 또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 혁신 창업 공간인 ‘스타트업파크’를 부산역 인근 북항에 유치하기 위해 신청을 한 상태다.

김 대표는 다시 창업해도 부산에서 할 것이라면서 가장 큰 경쟁력으로 ‘협력’을 꼽았다.

그는 “다 같이 성장해야 할 상황에서 서로 시기 질투하고 견제하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면서 “코스포 동남권협의회에서는 많은 회원사들이 유사 업종 사이에서도 마케팅 비법을 공유하고, 서로 협업하며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스타트업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간이 열심히 뛰고, 관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어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도를 거꾸로 뒤집으면, 부산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물류, 해운, 관광 등에서 해외로 나가는 교두보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