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업계 라이벌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의 특허 전쟁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나올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을 상대로 ‘시장 1등’ ‘국가대표’ 등의 광고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위에 제소한 이후 약 11년 만의 공방이다.

이번에는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가 자사 핵심 기술을 도용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2월 법원에 “귀뚜라미가 자사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에 앞서 경동나비엔은 2022년 말 자사 직원 8명이 귀뚜라미로 이직한 것도 경찰에 고소했다. 영업비밀 유출 우려 때문이다.

현재 두 회사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0부는 지난 5월 24일 심리를 종결하고 가처분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 귀뚜라미, 경동나비엔 ‘열교환기’ 특허 침해했나

그래픽=손민균

경동나비엔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귀뚜라미 보일러 제품은 2021년 8월에 출시한 ‘거꾸로 에코 콘덴싱’에 들어간 열교환기다.

열교환기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난방수를 데우는 역할을 하는 보일러 핵심 부품이다.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자사가 2018년 개발해 특허 출원한 콘덴싱 보일러의 열교환기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콘덴싱 보일러 핵심은 ‘열효율’이다. 열 배관 설계, 모양, 구성요소의 차이 등에 따라 열효율이 달라진다.

경동나비엔은 최적의 열효율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열교환기를 개발했는데, 여기에 들어간 기술을 귀뚜라미가 베꼈다고 주장한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귀뚜라미가 자사 핵심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며 “이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귀뚜라미는 열교환기 구조 등이 경동나비엔의 제품과 다르고 그동안 귀뚜라미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이미 귀뚜라미는 관련 열교환기 기술 일부를 2013년 국책사업으로 자체 개발했고, 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또한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귀뚜라미는 지난 2월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 열교환기 특허등록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경동나비엔이 문제 삼은 특허 일부가 출원하기 이전부터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신규성’과 ‘진보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특허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대비해 새로워야 한다는 신규성과 기존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해 낼 수 없을 만큼 진보해야 한다는 진보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게 귀뚜라미의 주장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열교환기는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며 “경동나비엔이 한창 바쁜 12월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가처분 신청에 앞서 2022년 말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귀뚜라미로 이직한 자사 직원 2명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고, 그 결과는 법원 가처분 판결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업계와 법조계는 법원의 가처분 판결 이후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느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 포인트로 보고 있다.

가처분 신청 인용과 기각 결정이 중요하지만, 이후 양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을 경우 경동나비엔의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자사 기술을 도용한 귀뚜라미 제품의 판매를 막아달라는 임시처분”이라며 “이후 결과에 따라 본안 소송이 이어져 특허권을 침해당한 제품을 폐기하고 판매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경동나비엔의 손해배상 청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일러 앙숙, ‘시장 1등’ 두고도 갈등...경동나비엔 ‘판정승‘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1년 전인 2012년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광고 중 ‘국가대표 경동나비엔’이라는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귀뚜라미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광고 문구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귀뚜라미가 시장 1등인데 왜 경동나비엔이 1등,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쓰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약 1년 후인 2013년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이 1등(2011년 매출 기준)이 맞기 때문에 ‘경동나비엔의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광고 문구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대표 표현과 관련해선 두 회사 모두 국내 대표 보일러 기업이므로 양사 모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경동나비엔은 ‘국가대표 콘덴싱’이란 문구가 들어간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약 10년 전 공정위가 경동나비엔의 손을 들어준 보일러 라이벌 공방전이 이번 사건에선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