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보셨나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이용하는 게 쉽지 않죠. 민간 서비스를 체계화해서 좋은 시터(육아도우미)를 합리적인 비용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비용을 낮추려면 정부·기업이 함께 지원해 줘야 합니다.”
아이돌봄 서비스 연결 플랫폼 ‘맘시터’를 운영하는 맘편한세상의 정지예(36)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저출산을 반등시킬 골든타임(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인 만큼 시터 공급이 충분한 민간 서비스부터 적극 활용해 맞벌이 부부를 돕는 게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맘시터는 아이 돌봄이 필요한 부모와 일자리를 찾는 시터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4월 기준 누적 132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 추정액은 2600억원(2023년 기준)에 이른다. 현재까지 1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시리즈B).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의 제도화를 위한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의 시설·인력·서비스 등록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등록된 기관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범죄 이력이나 건강, 의무교육 이수 등 부합한 자에게만 자격증을 발급하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 돌봄 서비스처럼 민간에서도 일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된다.
역사상 마지막으로 연간 70만명 이상이 태어난 1990년대 초반생이 주 출산 연령으로 진입하면서 이 시기를 놓치면 저출산 대책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 대표는 “현재 저출산 정책은 법정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늘리거나 아빠에게도 필수로 육아휴직을 부여하는 등 일하는 부모에게 직접 육아할 시간을 많이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부모가 일할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덜 고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설 돌봄만 늘릴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일하는 패턴에 맞게 가정 틈새 돌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핀란드·덴마크 같은 국가는 가정 돌봄을 위해 시터를 고용하는 경우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저출산 문제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있는데, 가장 먼저 일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인구의 반인 여성”이라며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외국인 시터 도입도 필요하지만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민간 시터 서비스부터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간 돌봄 인프라 관리, 지원 체계의 근거법이 될 수 있는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미혼 직장인이었던 정 대표는 30대 커리어(경력) 계획을 구상하던 중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 왜 여자들은 욕심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고민했던 것이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맘시터는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시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 증명, 대학 졸업 증명, 보육교사 자격증, 아이 돌봄 인·적성검사, 정부 인증 시터 교육 수료 등 최대 9가지 인증 정보를 취합해 플랫폼에 제공한다. 또 쌍방향 후기를 도입해 선택을 돕는다.
시터 비용 최소화를 위해 수수료를 0~5% 수준으로 책정했다. 맘시터 기준 시터 시급은 전국 평균 1만2000원이다.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주 5일, 하루 4시간 정도 고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달 약 100만~120만원이 드는 식이다.
맘편한세상은 기업·기관이 임직원의 가정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시터를 연결해 주는 ‘맘시터 프로’, 영유아 풀타임(하루 9시간 이상) 아이돌봄 서비스 ‘하이시터’ 등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할 수 있도록 부모를 지원하면서도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더 많이 고민돼야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돌봄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계속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