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보일러 광고. /경동나비엔 제공

“바쁜 직장인 중 일부는 자신의 집에서 어떤 보일러 브랜드를 쓰는지 잘 모릅니다. 그들에게 어떤 보일러를 쓰냐고 물어보면, 아마 둘 중 하나를 쓸 거라고 답할 겁니다. 귀뚜라미 아니면 경동나비엔이죠.”

최근 만난 보일러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는 국내 보일러 업계 라이벌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매출 규모를 보면 경동나비엔이 월등히 앞선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 1조2043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귀뚜라미는 34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때문에 귀뚜라미는 개별 기업 기준의 매출 비교를 꺼린다. 서로가 보일러 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룹사로 보면, 귀뚜라미범양냉방·신성엔지니어링·센추리 등 주요 냉난방 계열사를 거느리는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372억원으로 껑충 뛴다. 경동나비엔은 모기업 경동원의 매출이 1조3269억원이다.

◇비교 포인트 해외 공략…해외 매출 비중 경동 67%, 귀뚜라미 10%대

그래픽=정서희

두 기업의 비교 포인트는 해외 매출 비중이다. 경동나비엔은 2008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경동나비엔의 해외 매출 비중은 67%(8146억원)에 달한다. 반면 귀뚜라미는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대다.

결국 두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은 국내 시장인 셈이다. 경동나비엔의 국내 매출(3897억원)이 귀뚜라미 전체 매출(3408억원)과 비슷한 규모인 배경이다. 업계에선 두 기업의 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을 각각 20% 후반에서 30% 초중반 사이로 보고 있다.

최근 두 기업은 소송에 휘말렸다. 경동나비엔이 자사 보일러의 열교환기 기술을 귀뚜라미가 무단 도용했다며 특허권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귀뚜라미는 열교환기 구조 등이 다르고 과거 기술을 승계·개발해 적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송 결과는 이달중 나올 전망이다.

◇곤충 들어간 사명으로 변경…친근하게 다가가는 브랜드 전략

기업 역사를 보면, 귀뚜라미가 더 깊다. 1962년 설립된 귀뚜라미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경동나비엔은 1978년 설립, 귀뚜라미보다 출발이 한참 늦었다.

두 기업은 사명을 바꾸면서 모두 곤충이 들어갔다. 소비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브랜드 전략 차원이었다.

귀뚜라미는 원래 사명이 ‘로케트보일러’였다. 그러다 보일러의 기름이 바닥나기 전에 알려주는 경고음이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비슷해서 소비자들이 ‘귀뚜라미 보일러’라고 부르자, 1989년 회사 이름을 아예 ‘귀뚜라미’로 바꿨다.

귀뚜라미 보일러 광고. /귀뚜라미 제공

경동나비엔은 전신 ‘경동기계’로 시작, ‘경동보일러’를 거쳐 2006년 현재의 ‘경동나비엔’이 됐다. 경동나비엔의 나비엔은 안내자(Navigator)와 에너지·환경(Energy·Environment)에서 각각 앞글자 Navi와 En을 따온 말이다. 에너지 환경의 길라잡이란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뜻과는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예쁜 나비’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경동나비엔은 과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 이미지(CI)에 나비를 넣기도 했었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SK매직의 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전기오븐 3개 사업 영업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초 SK매직 브랜드를 없애고 ‘나비엔 매직’으로 브랜드를 전환할 계획이다. 보일러 등 난방 장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생활가전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해외 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

국내 사업에 집중하며 해외 시장에 소홀했던 귀뚜라미는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냉난방 종합 에너지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귀뚜라미는 그룹 차원에서 2030년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