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대전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빵집 ‘성심당’이 서울에 왔다. 빵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한 행사에 참석해 68년 성심당 브랜드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다.
앞서 5월 초 성심당이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성심당 빵을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자, 성심당은 ‘전시만 진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성심당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성심당 등 다양한 로컬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은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더 넥스트 커뮤니티’를 찾았다.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의 핵심 주제는 로컬 브랜드의 가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다. 창의적 도전 정신을 가진 창업가들이 개척한 개성 있는 로컬 브랜드가 단순 상품을 넘어 오늘날 새로운 문화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지역 소멸을 대비해야 하는 현 시대, 로컬 브랜드가 지역의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해 대전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빵을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에서 대전 성심당을 찾는 하루 고객만 약 1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전 지역을 누비며 다양한 소비, 관광 활동을 한다.
성심당은 ‘대전 내 판매’ ‘당일 생산 빵, 당일 소진’ ‘남은 빵,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기부’ 등의 원칙을 지키며 ‘대전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성심당을 찾는다. 이에 힘입어 성심당은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수천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프렌차이즈 파리바게뜨(약 199억원)보다 많다.
성심당과 같이 지역의 자연·문화 특성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뜻하는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역성과 연결되는 창의적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생계를 위해 창업한 기존 지역 소상공인과 구분된다.
이날 전시회에는 강원 양양의 한적한 해변을 연 50만명이 찾는 서핑의 메카로 변신시킨 ‘서피비치’도 참가했다. 양양 서피비치는 서핑 전용 해변과 더불어 스위밍존, 힐링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선셋바 등을 제공하며 MZ 세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피비치 관계자는 “서피비치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잠시나마 짜릿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플레이 그라운드”라고 했다.
이밖에 부산 명물 커피로 성장한 ‘모모스커피’, 언양과 울주에서 수확한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복순도가’, 제주 로컬 식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 ‘해녀의 부엌’ 등이 참가해 지역 기반 각각의 브랜드 성장 스토리를 전시했다.
전문가들은 로컬 크리에이터는 동네와 지역을 브랜드로, 창조 도시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로컬 생태계 구축 전문위원장)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지역성은 획일화되는 도시 문화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불어넣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지방소멸의 해결책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가 골목상권에 들어서면 주변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동네가 브랜드가 되면 창조 인재가 들어온다”며 “이런 지역에는 음식점은 물론 코워킹, 복합 문화 공간, 공방, 독립 서점, 예술가 스튜디오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공간이 가득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