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엄벌만능주의의 산물로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 예방 방안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 금지의 원칙 등 헌법 원칙과 안전 원리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이 우려되고 오히려 재해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루빨리 중처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중처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올해 1월 27일부터 적용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정윤모 상근부회장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뉴스1

중소기업계는 지난 4월 1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올해부터 중처법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이번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중기중앙회 정윤모 상근부회장,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성창진 경영부회장, 한국전기공사협회 인성철 부회장,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배현두 부대표, 대한건설협회 황근순 경기도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현 건설정책본부장,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김순호 정책본부장을 비롯한 전국 중소기업·건설·어업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중처법 확대 적용을 시행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운 실정”이라며 “중처법의 불명확하고 과도한 의무 내용과 1년 이상 징역의 무거운 형사 처벌 규정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근로자·정부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가능하다”며 “특히 인력과 예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서류 중심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조치로서 안전 수칙의 작성·주지(교육)·준수 여부 확인·미준수 시 인사 조치의 단계별 안전 수칙 준수 관리 노력을 하고, 근로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해야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