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화제를 낳은 '곡성'을 세상을 던지고 다음 작품을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릴 줄이야. 감독 본인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누적된 시간만큼 커진 기대와 부담감 속에 공개된 신작 '호프'는 한국 SF 장르가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에 이르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제 이런 영화도 한국에서 나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호프'(감독각본 나홍진, 제작 포지드필름스, 공동 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주)웨스트월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추격자' '황해' '곡성'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다. 많은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작품이다.

황정민은 극 중 거만하지만 책임감 강한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을, 조인성이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을 청년 성기를, 정호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 하는 호포항 순경 성애로 분해 열연했다. 여기에 배우 마이클 패스벤터,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자 비무장지대 호포항에 몸통이 갈기갈기 찢긴 황소가 발견되고, 이를 본 범석과 성기 일행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호랑이의 습격으로 추측하고 대비하려 했으나, 마을 곳곳에 공격받은 흔적이 포착되고, 급기야 사람의 시체도 보게 된다. 그 순간, 범석은 마을 전체를 폭격 중인 알 수 없는 괴생명체와 맞닥뜨리고, 총 한 자루 손에 쥔 채 '그놈'과 맞서 싸운다. 

동시에 성기 일행은 돈 욕심에 괴생명체의 흔적을 찾아 숲속으로 향하고, 깊숙이 자리 잡은 거대한 우주선을 마주한다. '돈'이 될 줄 알았던 괴생명체는 죽음의 공포를 선사하고, 인간이 영역을 침범하자 무차별한 공격을 퍼붓는다. 조용하던 숲속도 인간의 총소리를 시작으로 지옥도가 펼쳐진다.

'호프'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외계인이 호포항을 습격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5분 만에 총기 액션이 폭발한다. 약 40분간 외계인을 쫓는 범석의 혈투,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외계인의 난폭함이 전개되는데, 이 상황에서도 외계인은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화면 연출과 음악, 편집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본격적으로 외계인이 스크린에 등장한 뒤에는 더욱 거침없이 질주한다. 80년대 시골 마을에 출몰한 외계인과 한국 경찰의 대결이라니.., 낯설 수도 있지만 5분이면 충분히 적응한다. 나홍진 감독은 도저히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고 피 튀기는 극한의 액션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심각하기만 한 건 아니다. 특유의 말장난과 블랙코미디로 웃음 타율도 꽤 높다.  

목숨 걸고 싸우는 범석과 성애, 숲속을 탐색하는 성기의 이야기가 각자 진행되다가 후반부에는 이들이 합쳐지는데, 양쪽을 오가면서 생기는 강약 조절의 긴장감도 관전 포인트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또한 마지막에 범석, 성기, 성애가 경찰차와 말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액션신은 한편의 완벽한 소동극으로 단연 명장면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다소 불친절한 스토리와 결말은 궁금증을 남긴다. '호프'에서 친절한 원인과 이유를 원한다면 기대하기 어렵다. 너무나 열린 결말로 인해 완결성 부분에서도 아쉬울 수 있다.

결말과 쿠키를 보면 시즌2를 염두에 둔 엔딩처럼 보인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영화에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속편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56분.<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