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선균이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자 후배 송중기, 하윤경 등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 및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박보영, 안재홍이 맡았다.

박보영과 안재홍이 영화제의 문을 열었고, 안재홍은 최근 박보영의 수상소감을 언급하며, "인상 깊었다"고 얘기했다. 앞서 박보영은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재홍은 "나도 '족구왕'으로 부국제에 왔는데, 그때는 아무도 모르는 배우였다가 조금씩 환호를 듬뿍 받는 배우가 됐다. '앞으로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 배우 영화인들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부산을 올 때마다 느낀다"며 감사해했다.

특히 한국영화공로상에는 고 이선균 배우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형 스크린에는 고인의 생전 필모그래피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고, 이를 보던 동료 배우 송중기와 하윤경 등이 눈물을 흘렸다. 송중기 옆에 있던 이희준 역시 눈물을 꾹 참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송중기는 지난달 이선균의 유작 '행복의 나라' GV에 참석하며 "이 영화는 내게 이선균 선배님의 애도 과정의 의미가 있다. 나만의 애도"라고 했고, 하윤경은 이선균과 같은 소속사 선후배 관계다.

박보영은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바란다", 안재홍은 "고 이선균 배우님을 추모하며 대표작 6편을 소개한다. 선배님을 추모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한국영화공로상은 유족께 잘 전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29회 BIFF에선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나 충격을 안긴 고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이 마련됐다. 생전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이 진행된다.

까멜리아상 수상자는 류성희 미술감독으로, 샤넬 관계자가 시상했다. 류성희 미술 감독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박쥐', '고지전', '국제시장', '암살', '헤어질 결심' 등 여러 작품으로 독보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올해 신설된 까멜리아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샤넬과 함께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이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무대에 오른 류성희는 "예전에는 여성 미술감독이 많지 않았고,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처음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제작사를 찾아다니면서 '멜로나 로맨스가 아니면 고용되기 힘들다'고 거절당했다. 그때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인식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고"라며 "여성이 만든 장르 영화로, 독창적이고 강렬면서, 거칠고, 공포스럽고, 인간사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고, 예술가로서 표현력을 가질 수 있고 섬세함까지 더 할 수 있다는 걸 수없이 되뇌었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무한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재능 있는 여성 영화인들과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소감을 공개했다.

박광수 이사장과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개막 선언을 했고,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뉴 커런츠 심사위원들을 소개했다.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은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이명세 감독, 배우 주동우, 배우 카니 쿠스루티, 바냐 칼루제르치치 집행위원장이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며, BIFF에서 '뱀의 길' '클라우드' 총 2편의 신작을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개막작 '전,란'의 주연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및 김상만 감독 등이 무대 위에 올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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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화면 캡처

[OSEN=부산, 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