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독교인이지만…”

장재현 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새 영화 ‘파묘’의 제작보고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적인 것들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장르물에 집착한다기보다 인간의 다른 면을 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다른 부분을 보려고 했다”고 연출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사바하’(2019)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한국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의 새로운 지표를 세운 장재현 감독이 무속신앙 및 풍수지리를 소재로 삼은 ‘파묘’로 돌아온 것이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장재현 감독과 출연배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파묘’(破墓)는 장재현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과 기억에서 시작돼 우리나라 무속신앙이 가미되며 탄생했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사바하’, ‘검은 사제들’(2015)에서 작업했던 방식과 다르게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눈에 안 보이는 기운을 담고 싶었다. 배우들과 공간이 주는 에너지와 기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담으려다 보니 현장에서는 불확실성 때문에 힘들었다. 그건 나중에 음악까지 붙였을 때 나오는 건데, 불확실성을 담으려다 보니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민식 선배님 등 경험 많은 배우들이 제 몫의 80%를 해주셔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장 감독은 캐릭터를 설정할 때 레퍼런스로 삼은 인물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학교 때 야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신내림을 받아서 무속인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며 “그분은 사는 게 힘들어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하셨다. 그분을 보고 이도현이 맡은 봉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했다”고 답했다.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 역의 배우 이도현은 군 복무로 인해 이날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이에 등신대가 등장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은 “보통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가 흘러가야 무서울 수 있다. 근데 ‘파묘’는 이 캐릭터들이 전문가다. 귀신 입장에서는 이들이 가해자”라며 “제가 의도적으로 무섭게 만들려고 한 장면은 거의 없다. 하지만 (보실 때) 손에 땀을 쥐게 되실 거다. 기대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예고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은 각각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분했다.

무당 화림 역의 김고은은 이에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진짜 귀신을 보면 어떡하지?’ 싶었다.(웃음) 근데 감독님이 집사님이라고 하셔서 마음이 놓였다”고 밝혀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묫자리를 함께 바라보는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은 이날 장재현 감독의 자세와 열정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저는 장재현 감독님 때문에 하게 됐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의지할 곳은 감독님 밖에 없는데, 장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오를 때까지 집요하게 찍더라. 형이상학적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영화적으로 조작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고 극찬했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의 배우들과 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의사와 무속인들의 도움을 받아 파묘, 이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마쳤다.

장의사 영근을 소화한 유해진은 “극중 제가 유골을 수습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장의사님에게 필요할 때마다 배웠다”며 “유골 수습, 장례 진행, 상덕과 영근의 관계에 집중했다. 영근이 상덕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해서 그 세월이 그들의 관계에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어떤 역할을 맡든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제가 걱정은 안 했다. 처음부터 너무 편했다”고 호흡을 자랑했다.

장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CG 작업은 줄였고, 실사 촬영으로 대체했다.

이날 그는 “CG는 돈이 많이 든다.(웃음)”며 “저는 이 영화를 오컬트라고 생각하며 찍지 않았다. 현실 판타지다. CG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절제했다. 배우들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존재하는 장소에서 연기하는 게 몰입하는 데 좋다. 저는 감독으로서 그게 배우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파묘’의 극장 개봉은 2월.

/ purplish@osen.co.kr

[OSEN=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