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민이 하차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런닝맨'은 여전히 후임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신중한 모습이지만, 실제 멤버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두는 건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올 수도 있다.

SBS 간판 예능 '런닝맨'은 2010년 7월 첫 방송돼 무려 14년간 주말 저녁을 지키는 중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멤버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는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송지효, 하하, 양세찬까지 6인 체제를 이뤘다. 시청자들마저 이광수와 전소민의 빈자리를 느끼는 가운데, 고정 멤버를 발표하는 대신 여러 게스트 섭외와 최초 임대 제도 등으로 매주 부족한 인원을 채우고 있다.

이중 최초 임대 멤버 강훈과 게스트 지예은의 조합이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폭발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두 사람에 대한 검증 단계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적응력, 멤버들과의 케미, 밀당 러브라인, 그리고 벌써 캐릭터까지 확실하게 생겼다. 강훈은 따박이, 더러운 왼발, 잘생긴 광수, 지예은은 '제2의 전소민'이라는 평을 비롯해 리플리 증후군, 강훈 밀당녀 등 지루하던 '런닝맨'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했다.

하지만 강훈이 8주 임대 촬영을 마쳤고, 지예은은 게스트로 왔다가 눌러 앉았지만, 두 사람이 고정이 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런닝맨'의 임대 제도는 계속 이어지고, 지예은 역시 고정도 게스트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으로 매주 출연한다는 게 전부다.

고정 멤버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과거 전소민과 양세찬이 합류할 때 수많은 악플이 쏟아졌고, 전소민의 남동생은 SNS에 "이런 게 너무 많이 옴"이라며 악플러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게재했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전소민의 온 가족이 저주를 받는다" "전소민을 '런닝맨'에서 퇴장시키거나 가족이 매일 저주를 받아라" 등 비난을 퍼부었다. 새 멤버를 배척하는 기존 팬들은 끊임없이 전소민을 괴롭혔고, 당시 전소민은 컨디션 난조로 녹화를 중단,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런닝맨' 측은 전소민을 과도한 악플에서 보호하려고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강훈과 지예은도 출연 회차가 늘어나자, 일부 팬들은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달라" "그만 불러라" 등의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개인 SNS까지 찾아가 하차를 요구하고 악플을 쓰는 네티즌도 있다고.

물론 악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담감이 적은 임대 멤버를 활용하면 좀 더 많은 연예인을 섭외해 "우리 프로그램과 어울리는지", "시청자 반응은 어떤지" 등을 체크할 수 있다. 또 '고정'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부담도 덜하다. 중간 투입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느끼면, 베테랑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임대 제도의 최고 장점이 최악의 단점이 될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멤버십이 중요한 '런닝맨' 같은 방송에서 임대 제도가 무한대로 길어질 경우, 끈끈한 팀워크를 기대하긴 어렵다. 언제든 손절할 수 있는 출연자에게 기존 팬덤이 사랑을 골고루 나눠줄리 만무하다. 여기에 주변 반응과 악플도 너무 의식하고 신경 쓰면, 멤버 결정은 더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정확한 방향성과 소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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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런닝맨' 화면캡처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