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급호텔들이 자체 김치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호텔 한식당과 김치연구소에서 축적한 조리법을 상품화하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형성된 케이(K)푸드 수요를 프리미엄 김치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수펙스 김치를 소개하는 워커힐 김재학 김치 조리장.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김치 수출 지역과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일본에서 해외 첫 판매 행사를 열고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판로를 넓히는 곳은 워커힐이다. 워커힐은 지난해 9월 대중형 브랜드인 '워커힐호텔 김치' 약 7톤을 미국 서부에 처음 수출했다. 올해 2월부터 판매 지역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했고, 3월에는 호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달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수펙스 김치'를 미국에 처음 선보였다. 배추김치와 파김치, 갓김치 등 3종으로, 지난해 두 차례 현지 샘플 테스트를 거쳐 수출이 결정됐다. 워커힐 김치의 해외 누적 수출량은 지난달 기준 약 70톤이다. 워커힐은 앞으로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도 판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해외 수출을 위해 제조법과 포장도 바꿨다. 기존 수펙스 김치에 사용하던 한우 양지 육수 대신 버섯과 채소를 우린 채수를 적용해 해외 식문화와 소비자 수요에 대응했다. 포장은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하면서 외부 공기 유입은 막는 캔시머 용기로 변경했다. 장거리 운송 중 용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줄이고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호텔은 생산시설 확대와 그룹 유통망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조선호텔은 2024년부터 싱가포르에 김치를 여덟 차례 직수출해 현지 프리미엄 슈퍼마켓 리틀 팜즈와 솔마트 등에서 판매했다.

지난 2월에는 이마트 아메리카 법인을 통해 미국의 한국 식품 플랫폼 울타리몰과 수출 계약을 맺고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약 1.5톤을 처음 선적했다. 미국 내 다른 프리미엄 유통 채널로 판매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호텔 김치는 한식당 '무궁화'의 노하우와 조리명장 김송기 조리총괄 셰프의 레시피로 개발했다./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도 확충했다. 조선호텔은 지난 1월 경기 성남시에 기존 시설보다 약 2.5배 큰 1650㎡ 규모의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센터'를 열었다. 조선호텔 김치 매출은 지난해 540억원으로 2021년부터 연평균 23.8% 증가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620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에는 하루 최대 생산량을 6톤으로 늘려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호텔은 해외 현지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수출 지역을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일본 도쿄 다이마루백화점 식품관에서 '롯데호텔 김치'의 첫 해외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행사에서는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의 조리 노하우를 적용한 배추김치 650g 제품을 1900엔에 판매했다.

롯데호텔은 일본 팝업에 이어 캐나다 수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등 미주 지역까지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호텔들이 김치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K푸드 인기에 더해 호텔의 미식 경험을 외부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던 셰프의 조리법과 고급 식재료, 브랜드 신뢰도를 활용하면 일반 포장김치와 다른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김치 시장도 일본과 동남아 중심에서 미주와 유럽으로 넓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19년 1억500만달러에서 2024년 1억6400만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에서 미주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에서 46.1%로 높아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한국산 김치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품질과 제조 과정, 브랜드의 역사까지 함께 살펴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호텔 김치는 높은 가격대에도 차별화된 품질을 원하는 프리미엄 수요를 겨냥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