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슬레저(운동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의류) 시장에서 브랜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지난해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나란히 감소했다. 한때 1세대 애슬레저 브랜드로 꼽혔던 뮬라웨어 운영사 뮬라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았다.

내수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상시 할인 경쟁, 마케팅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일정 규모와 투자 여력을 갖춘 브랜드만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살아남은 상위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 개척을 돌파구로 삼고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안다르 런부스트 셋업 전지현 화보컷./안다르 제공

◇ 매출 늘었지만 이익률 '뚝'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다르는 지난해 매출 29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줄었다. 젝시믹스 역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0.9% 소폭 증가한 2741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영업이익은 173억원으로 30.3%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애슬레저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한 신생 가성비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대형 브랜드들 역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1+1 패키지' 등 출혈 경쟁과 대규모 광고 집행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익성 압박은 자본력이 약한 중소·중견 브랜드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뮬라는 회생계획안 제출과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재기에 실패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5일 뮬라웨어의 운영사인 뮬라에 대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생절차 폐지 직후에는 자사 온라인몰 운영도 종료했다. 최근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뮬라웨어는 국내 애슬레저 시장 초기에 인지도를 쌓은 대표적인 1세대 브랜드다. 레깅스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던 시기에는 온라인 판매 체계와 여성 운동복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안다르·젝시믹스 등 상위 브랜드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규모와 상품 기획력, 유통망, 그리고 해외 판로를 갖추지 못하면 내수 마켓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라며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각각 에코마케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라는 모기업의 자본 수혈과 마케팅 지원을 받으며 소모전을 버텨낸 반면, 독자 생존해야 했던 뮬라웨어는 고비용 마케팅 경쟁을 버텨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젝시믹스 인도네시아 1호 매장 전경./젝시믹스 제공

◇국내 넘어 해외로… 성장보다 생존 전략

해외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들의 국내 영토 확장도 국내 브랜드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소재, 디자인, 브랜드 경험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룰루레몬은 독보적인 소재 기술력을 앞세워 소위 '레깅스계의 샤넬'로 입지를 굳혔다. 미국의 또 다른 프리미엄 요가·애슬레저 브랜드인 알로 요가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요가 스튜디오와 라운지 등을 갖춘 체험형 매장으로 운영되며 국내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다. 미국 액티브웨어 브랜드 뷰오리(Vuori) 역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 유통망을 넓히는 등, 해외 브랜드들은 높은 가격대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안다르와 젝시믹스가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는 것도 이 같은 국내외적 시장 환경과 맞닿아 있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해외에서 새로운 매출 기반을 넓혀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안다르는 싱가포르 등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미국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젝시믹스도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브랜드가 할인 없이도 팔릴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국내에서는 광고와 프로모션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제품력과 반복 구매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