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퍼케인(Copper Cane)' 와인의 강점은 풍부한 과실미와 표현력, 그리고 균형감에 있습니다. 각 빈티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과실미와 색, 코퍼케인만의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프랑스의 부르고뉴나 보르도를 흉내 내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가진 기후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존 로페즈 코퍼케인 양조 총괄 디렉터가 지난 4월 24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금양인터내셔날 제공

코퍼케인의 양조 기틀을 세우고 전 제품을 총괄하는 존 로페즈(John Lopez) 양조 총괄 디렉터는 지난 4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코퍼케인은 조 와그너가 이끄는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자다. 조 와그너는 케이머스 빈야드 공동 창립자인 척 와그너의 아들로, 19세부터 와인메이킹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4년 '당신의 취향을 따르라(Go With Your Palate)'는 철학 아래 코퍼케인을 설립했다.

로페즈 디렉터는 1998년 케이머스에서 와인 경력을 시작해 17년간 일했다. 조 와그너가 코퍼케인을 설립하면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던 첫 인재가 로페즈 디렉터라고 한다. 로페즈 디렉터는 이후 벨레 그로스(Belle Glos), 퀼트(Quilt) 등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했고, 현재 코퍼케인의 양조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코퍼케인 측에 따르면 한국은 코퍼케인 브랜드의 아시아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그는 "한국 음식과 벨레 그로스 와인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라며 "특히 갈비나 불고기 같은 한국의 육류 요리와 페어링했을 때 벨레 그로스의 풍미가 잘 살아난다. 이 와인들은 레드 와인이지만 마시기 전 5~10분 정도 차갑게 유지해서 마시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로페즈 디렉터는 코퍼케인의 품질 유지 배경으로 관행에 갇히지 않는 '실험 정신'과 수장인 조 와그너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조 와그너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자유를 준다"며 "때로는 양조 과정에서 와인을 망치거나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한계가 어디인지 알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방향은 분명하다. 유럽 전통 산지의 방식을 따르기보다 캘리포니아 자체의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크라이오 익스트랙션(cryo extraction·저온 추출법)은 코퍼케인이 지역별 특성을 표현하면서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핵심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수확한 포도를 셀러로 옮기고 발효조에 넣는 과정에서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코퍼케인이 양조 측면에서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비결은.

"드라이아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실미를 충분히 끌어내는 공정이 핵심이다. 2001년 벨레 그로스를 처음 출시할 때 시험적으로 도입했는데 효과가 뛰어나 확대 적용했다.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하면 과실이 가진 고유의 표현력이 대폭 강화되고, 와인에 한층 깊은 풍미를 보강할 수 있다. 이 방식 덕분에 기후가 매년 다르더라도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코퍼케인 이전에는 이 방식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코퍼케인에서 발전시켜 온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ㅡ양조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규칙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도 자주 한다고 들었다.

"조 와그너의 철학 자체가 전통에 갇히지 말고 한계를 밀어붙이라는 것이다. 팀원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도할 수 있다. 한번은 말벡(Malbec) 품종을 발효하는데 원하는 만큼 색 추출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과즙의 절반을 빼서 얼린 뒤 다시 넣어 발효를 마치는 실험을 했다. 주변에선 다들 말렸지만 이렇게 하자 아주 짙은 색이 표현됐고 타닌이 풍부한 과즙을 얻을 수 있었다. 조 와그너 역시 내 기상천외한 실험 결과를 보고 '맙소사, 진짜 그걸 해냈단 말이지?'라며 좋아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 문화가 좋은 와인을 만든다."

ㅡ실험적인 양조를 많이 하는 편인가.

"그렇다. 나는 레시피대로만 와인을 만들 수는 없는 사람이다. 컴퓨터 앞에서 숫자만 보고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손이 보라색으로 물들어야 하고, 직접 탱크를 보고, 과즙을 맛보고, 현장에서 계속 실험해야 한다. 때로는 실험 과정에서 와인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가 한계인지 알기 위해서는 계속 실험해야 한다."

벨레 그로스 및 퀼트 제품 사진./변지희 기자

ㅡ한국 소비자들 사이에는 미국 와인이 지나치게 진하고 무겁다는 인식도 있다. 벨레 그로스는 볼륨감이 있으면서도 산도가 느껴지는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나.

"나와 조 와그너 대표가 가장 집요하게 관리하는 요소가 바로 완벽한 균형감이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 포도가 너무 익어버릴 위험이 있을 때, 우리는 수치상의 당도만 보지 않고 포도가 적절한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밭을 아주 작게 분할해 구역마다 최적의 시기를 잡아 따로 수확하는 '분할 수확'을 진행한다. 어떤 해에는 포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오크 배럴 사용을 조정한다. 새 오크를 더 활용하거나, 오크 토스팅 방식을 달리해 와인을 더 부드럽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코퍼케인은 배럴 메이커들과 오래 협업하면서 각 지역과 포도밭의 특성에 맞는 배럴을 사용해 왔다."

ㅡ코퍼케인이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 철학은 무엇인가.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존중이다. 우리가 포도를 얻는 각 구역과 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가두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 땅의 이야기가 솔직하고 진실하게 흘러나오도록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지향점이다."

ㅡ코퍼케인이라는 이름에도 수확 철학이 담겼다고 들었다.

"포도나무 가지가 성장하면서 구리빛으로 변하는데, 이는 수확이 가까워졌다는 하나의 지표다. 그 색이 보이면 이제 포도를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당도, 산도의 수치도 보고 포도가 실제로 얼마나 성숙했는지도 함께 판단한다."

ㅡ한국 소비자에게 코퍼케인의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나.

"한국 소비자들은 와인을 매우 적극적으로 즐긴다. 한국의 식문화도 흥미롭다. 감칠맛이 풍부한 한국 음식과 벨레 그로스의 과실미, 구조감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코퍼케인은 캘리포니아 와인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브랜드다. 풍부한 과실미, 균형감, 그리고 지역별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강점이다. 우리는 다른 지역을 따라 하지 않는다. 포도가 자란 곳의 자연환경을 존중하고,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