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5일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식 고깃집 회식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한국식 고기구이 문화인 '코리안 바비큐(K-BBQ)'가 하나의 외식 장르로 자리 잡은 가운데, 외식업계에선 이번 '삼쏘(삼겹살+소주) 회동'도 앞선 '깐부 회동'처럼 케이(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오는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035420) 의장 등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000150)그룹 회장도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동 장소로는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 음식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소비자들은 한식을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한국식 식문화를 체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관심이 비빔밥·불고기 같은 '메뉴' 자체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어울리는지까지 경험하려는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K-BBQ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식 회식과 소셜 문화까지 체험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에 진출한 국내 한식 외식 브랜드는 139개, 해외 매장은 4644개로 집계됐습니다. 진출 국가는 56개국에 달합니다. 특히 미국은 한식 외식 브랜드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엔 56개 브랜드가 진출했습니다. 2020년 528개였던 미국 내 한식 외식 브랜드 매장 수는 지난해 1106개로 2배 이상 늘면서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중국을 제치기도 했습니다.
한식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식을 알고 있다고 외국인이 응답한 비율은 68.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식을 경험한 해외 소비자의 만족도는 94.2%에 달했습니다.
업계에선 치킨과 김치, 비빔밥에 이어 K-BBQ도 해외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한식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사인 젠 레스토랑 그룹(GEN Restaurant Group)이 한국식 바비큐 체인 '젠 코리안 바비큐 하우스'를 미국 전역에서 운영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K-BBQ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이 회사는 투자자 대상 자료에서 K-BBQ를 단순 음식이 아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고기를 굽고 즐기는 경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기를 직접 굽고 여럿이 함께 나눠 먹는 한국식 고기 문화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경험 중 하나"라며 "예전엔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 전통 한식 메뉴 자체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최근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어울리는지까지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삼쏘 회동'이 실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진행될 경우 지난해 깐부 회동 이후 한국식 치킨 문화가 다시 주목받았던 것처럼 마케팅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황 CEO가 당시에 먹었던 치맥 세트를 활용한 이른바 'AI 기획 세트' 출시와 같은 마케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아울러 업계는 이번 회동 장소로 성수가 거론된 점도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성수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주력 매장)와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몰리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소비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과 강남에 이어 반드시 찾는 지역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상권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 VIP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호텔 만찬이나 고급 한정식집이 주요 접견 장소였지만, 최근엔 성수나 한남동처럼 한국의 현재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평범한 회식을 즐기는 방식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황 CEO가 성수의 삼겹살집을 회동 장소로 검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겹살과 성수는 한국의 젊은 소비문화와 대중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한식과 공간"이라며 "깐부 회동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한국식 치킨 문화에 재주목했던 것처럼 이번 삼겹살 회동도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