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카드를 다시 꺼냈다. 기존 와우회원(쿠팡 멤버십)에게만 제공하던 무료배달 서비스를 오는 8월까지 한시적으로 일반 회원까지 확대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 가운데 업계에선 이를 배달시장 선점 전략으로 해석한다. 다만 과거 무료배달 경쟁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중가격제 논란과 점주 부담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21일 배달·외식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한 '매 주문 배달비 0원' 행사를 8월까지 진행한다. 이는 고물가·고유가 시기 소비 활성화와 업주 매출 확대를 위한 조치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고객 배달비는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하고 입점 매장은 추가 비용 없이 매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름 휴가철은 외식업계 비수기로 꼽힌다. 앞서 지난달 쿠팡이츠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에 비(非) 와우회원 대상 배달비 지원을 상생안으로 제출한 바 있다.
◇ 배민 매각 변수에 과거 성공 경험까지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 배경으로 '배민 매각 변수'를 꼽는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 매각을 추진하면서 우버·네이버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 경쟁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재편 가능성이 부각되는 시점인 만큼, 쿠팡이츠 입장에선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배민·쿠팡이츠 양강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업계에선 배달 시장 내 배민의 점유율을 약 54%, 쿠팡이츠의 경우 약 29%로 추산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409만명, 쿠팡이츠 MAU는 1355만명으로 집계됐다. 쿠팡이츠는 처음으로 MAU 1300만명을 넘어섰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배민 매각설이 부각되면서 시장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카드를 다시 꺼낸 건 시장 선점 노력 성격이 강하다"며 "소비자에게 혜택을 확대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쿠팡이츠가 과거 성공 경험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요기요가 DH에서 매각된 이후인 2021년 '한집배달'과 와우회원 무료배달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요기요 체제였던 배달앱 시장이 배민·쿠팡이츠 체제로 재편되는 계기였을 정도"라며 "무료배달과 한집배달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만큼, 이번에도 시장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점유율 선점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했다.
◇ 점주·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도
다만 배달·외식업계에선 무료배달 경쟁 재점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한 차례 무료배달 경쟁 과정에서 이중가격제 논란과 점주 부담 확대를 경험한 탓이다. 쿠팡이츠가 일반 회원 무료배달 혜택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 조사 결과 배달앱 판매 가격은 매장보다 평균 약 2000원 높았다. 일부 메뉴는 5000원 이상 차이가 난 사례도 있었다.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점주들이 배달 전용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는 이중가격 운영이 확산한 것이다.
외식업계는 무료배달이 소비자 혜택처럼 보이지만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 비용은 결국 입점업체 부담이나 음식 가격, 멤버십 비용 등 다른 방식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 경쟁이 심해질수록 프로모션과 노출 경쟁 부담이 점주 쪽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배달비 '0원'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혜택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입점업체 부담 확대와 외식·배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료배달 비용이 결국 음식 가격과 멤버십 비용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료배달 경쟁이 가열될수록 비용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중가격제 역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면서 생긴 만큼, 혜택 경쟁보다 자영업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