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수백 년간 전통을 이어온 가족 경영 중심의 장인 정신을 가장 큰 가치로 삼습니다. 와인은 격식을 차리는 자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편안한 일상 속에서 가장 빛을 발하죠. 그런 면에서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적·미식적으로 깊이 닮아 있습니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과 대사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이탈리아무역공사(ITA)는 한국 소비자들의 한층 정교해진 안목에 맞춰 저가 와인부터 최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만난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와 페르디난도 구엘리(Ferdinando Gueli) 이탈리아 무역관장은 "와인을 매개로 한 이탈리아 고유의 미식 문화로 초대하고 싶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와인 전문 B2B 무역 행사 및 상담회인 '보르사 비니 서울 2026(Borsa Vini Seoul 2026)'이 열렸다. 보르사 비니 서울은 올해로 4회 연속 개최를 맞이했다. 한 도시에서 보르사 비니가 4회 연속 열린 것은 서울이 유일하다. 보르사 비니는 이탈리아 생산자와 한국의 수입·유통업계를 직접 연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탈리아 와인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올해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70여 개 와이너리가 참여해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으며 400여명의 국내 와인 업계 관계자 및 소믈리에들이 참석했다.
국내에서 이탈리아 와인의 성장세도 정량적 지표로 증명된다. 글로벌 무역 데이터 제공업체 트레이드 데이터 모니터(Trade Data Monitor)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탈리아산 와인의 한국 수출액은 2015년 2800만달러(약 422억원)에서 2025년 6000만달러(약 905억원)로 105%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6.2%에 달한다.
가토 대사는 "한국의 한식 문화와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만나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더욱 깊은 문화적 교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ITA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한국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높은 미식 안목에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한국에 이탈리아 와인이 본격적으로 수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탈리아에 있어 한국 와인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구엘리 관장)"여전히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속도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도 매우 빠르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변화가 빠르지만, 소비 패턴이 다양화되면서 시장 자체가 세분화되고 있다. 세부 시장별로 탄탄한 팬층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이탈리아 와인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완벽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ㅡ세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보르사 비니를 4회 연속 개최하게 된 배경과 의미가 궁금하다.
(구엘리 관장)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안목과 다변화된 취향이 보르사 비니를 서울로 계속 이끈 원동력이다. 우리는 한국 소비자들을 이탈리아의 깊은 식문화로 초대하고 싶다. 그 대표적인 이벤트가 바로 보르사 비니다. 이탈리아 식문화를 탐험하러 오면 새로운 이야기와 문화, 역사를 끝없이 경험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보르사 비니를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고품질 업체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만남의 장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새로운 이탈리아 와인 소개는 무한대로 가능하다."
ㅡ이탈리아 와인의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인가.
(가토 대사)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산지와 품종, 생산 방식에 따라 엄격하게 등급이 나뉘는데, 최고 등급인 DOC·DOCG를 획득한 곳만 400곳이 넘고 토착 포도 품종은 2000여 종에 달할 만큼 무한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별점은 대부분이 수백 년간 전통을 이어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라는 점이다. 대량 생산과 타협하지 않고 와인에 온 정성과 삶을 바치는 이들의 장인 정신이 곧 최고 품질의 원동력이다. 이탈리아 속담 중에 '작은 통에 든 와인이 맛있다'라는 말이 있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소량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와인이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경험과 깊이 있는 스토리를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은 이탈리아의 이러한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구엘리 관장) "이탈리아 와인은 대중적으로 매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와인부터, 최고급 품질을 보증하는 DOC·DOCG 등급의 프리미엄 와인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특히 이탈리아 와이너리의 대부분은 수백 년간 전통을 이어오며 저마다 독특한 전통과 역사, 토양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늘 새로운 스토리와 가치를 찾는 한국 소비자들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유다."
ㅡ한국과 이탈리아간 식음료를 매개로 문화를 교류하는 게 단순 무역 수치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토 대사)"이탈리아 와인은 한국의 다채로운 식문화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매콤하고 강한 대중적인 한식부터 파인다이닝까지 페어링 스펙트럼이 넓다. 이탈리아 음식과 한국 전통주도 훌륭하게 어울린다. 아울러 한국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은 같은 문화를 갖고 있다. 건강한 식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한국의 한식 문화와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만나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고, 더 좋은 교류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ㅡ향후 보르사 비니를 어떤 행사로 발전시키고 싶은가.
(구엘리 관장) "보르사 비니는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한국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더 세분화되고 있다. 그런 변화에 맞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산자, 새로운 지역,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계속 소개하고 싶다. 새로운 이탈리아 와인 소개는 무한대로 할 수 있다. 보르사 비니가 한국의 수입·유통업계와 이탈리아 생산자들을 연결하는 만남의 장이자, 한국 소비자들이 이탈리아 식문화를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