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로 지목한 '캔시머'(PET캔)가 퇴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러나 배달 중심의 개인 카페·음료 전문점에선 쉽게 사용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환경 문제와 별개로, 배달 중 음료가 누수로 인한 환불·리뷰(별점) 우려가 큰 데다 대체 용기 가격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6일 카페·음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캔시머 사용 자제를 권고하면서 배달 전문 커피·음료 전문점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캔시머는 플라스틱(PET) 몸통과 알루미늄 뚜껑이 결합한 구조의 포장 용기다. 배달 중 음료가 새는 문제를 줄일 수 있어 배달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산했다.
실제로 전체 커피·음료 전문점의 약 10%인 1만여 곳에서 캔시머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배달 비중이 높은 개인 카페와 음료 전문점을 중심으로 캔시머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본사에서 정한 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음료 전문점들과는 다른 맥락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황주원(43)씨는 "배달 중 음료가 새는 바람에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며 별점 1점짜리 리뷰가 달린 적이 있었다"며 "평균 별점 4.9에 달하는 동네 맛집으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리뷰로 별점도 깎이면서 아예 이런 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캔시머를 쓰게 됐다"고 했다. 이어 "캔시머는 배달 주문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수현(21)씨는 "캔시머에 담긴 커피는 일반 플라스틱 컵 용기보다 쏟을 위험도 없고 보관도 편리하다"고 했다.
◇ 李 대통령 지적에… 캔시머 퇴출 논의 본격화
이 같은 포장의 안정성과는 별개로, 정부는 캔시머 사용 자제 권고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캔시머 퇴출 방안과 관련해 부담금 부과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환경부담금을 적용해 재활용 재원으로 쓰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카페 등에 캔시머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환경부담금 부과 대신 우선 업계의 자발적인 포장 용기 전환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환경부는 이후 단계적으로 캔시머 사용 금지 절차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용업계에선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캔시머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결합돼 있어 기계가 플라스틱으로 인식해 플라스틱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이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에 섞이면서 불량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대학생 김민희(25)씨는 "배달 주문으로 음료를 시킨 후 캔시머를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며 "몸통과 뚜껑이 완전히 다른 재질이라 칼로 자르다가 손을 베인 적도 있다"고 했다.
◇ 자영업자, 깊어지는 대체 용기 비용 고민
그럼에도 배달 전문 카페·음료 전문점 등은 이를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과일주스 전문 매장 점주 김 모(39)씨는 "플라스틱 컵은 입구를 래핑하고 새지 않게 신경을 써도 배달 중에 새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환불은 물론 부정적인 리뷰까지 이어져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기계 압력으로 완전 밀봉된 캔시머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 3년 전부터 배달 주문은 전부 캔시머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캔시머 대신 단일 재질 포장 용기로 바꿀 때의 가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 사장 오희란(30)씨는 "캔시머 단가는 개당 100~150원 정도인데, 알루미늄 캔은 300원 정도 한다"며 "단일 재질 용기로 바꾸고 배달 중 음료가 새지 않는 문제까지 생각하면 알루미늄 캔으로 포장 용기를 바꿔야 하겠지만,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포장재 가격 부담도 커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배달 전문 디저트·음료 판매점 사장 최 모(32)씨는 "중동 사태로 인해 플라스틱 용기나 포장재 가격도 계속 불안한 상황"이라며 "간신히 배달에 잘 맞는 캔시머로 단가를 맞추고 있는데, 캔시머를 제외하고 배달에 적합한 포장 용기를 다시 찾으려면 그만큼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배달 중심 소비 구조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포장 안정성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환경 문제를 이유로 무작정 사용을 제한하기보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용기 연구·개발과 지원 방안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