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카페 트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 취향에 맞춘 한 잔'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커피를 간편하게 마시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면, 최근에는 아이스 커피와 라테, 디카페인 등 카페에서 마시던 다양한 메뉴를 집에서도 구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커피 머신도 사용자의 음용 습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제품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네스프레소가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차세대 머신 '버츄오 업(Vertuo Up)'은 이러한 흐름을 정조준한 제품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시장의 트렌드를 그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존 버츄오 시스템의 원터치 추출 방식과 회전 추출 기술은 유지하면서도, 한국 소비자의 음용 습관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 위치 조절 가능한 대용량 물통
5일 이 제품을 사용해보니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공간 효율성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커피 머신은 매일 쓰는 제품인 만큼 주방 상판이나 식탁 주변에 계속 올려두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기 크기뿐 아니라 물통 위치가 실제 사용 편의성에 영향을 준다. 기존 기기들은 물통 위치가 고정돼 있어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물통 용량이 1ℓ를 넘는 만큼, 물통이 차지하는 공간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버츄오 업은 1.4ℓ의 대용량 물통을 기기 측면이나 후면으로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통을 후면으로 배치하면 전면부 폭은 120㎜에 불과하다. 전작인 '버츄오 팝(136㎜)'보다 날씬해진 덕분에 어디든 무리 없이 올려놓을 수 있다. 물통을 측면에 배치하면 전면부 폭은 220㎜로 넓어진다. 이때 기기 길이는 390㎜인데, 이 역시 버츄오 팝(426㎜)보다 짧아 전체적인 실루엣이 한층 콤팩트해졌다. 좁은 주방이나 1인 가구 공간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둘 수 있는 크기다.
기기 크기는 작아졌으나 높이가 큰 컵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20온스(590㎖) 크기의 텀블러도 충분한 높이다.
기기 윗면에는 버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커피 추출 버튼, 다른 하나는 아이스&라테 모드 버튼이다. 조작 방식은 직관적이다. 캡슐을 넣고 추출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예열을 시작하는데, 3초면 준비가 끝난다. 일반적인 캡슐 커피 기기들이 짧게는 20초에서 길게는 1분 가까이 예열 시간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버츄오 업은 사실상 기다림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출근 전 시간이 부족한 아침에 유용한 성능이다.
아이스&라테 모드 버튼은 한국 소비자들의 소위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를 반영했다. 기존 모델에서는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는 식의 숨겨진 기능을 활용해야 했다. 기능이 있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알지 못하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버츄오 업은 아이스&라테 모드 버튼을 별도로 독립시켰다. 네스프레소에 따르면 한국의 아이스&라테 모드 활용률은 34%로 전 세계 1위다.
실제 이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내리니 추출량이 조절되며 풍미가 한층 응축됐다. 얼음이나 우유를 가득 채워도 커피 본연의 진한 맛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풍부한 크레마는 장점, 소음은 제법 커
추출 방식은 버츄오 라인의 정체성인 '센트리퓨전(Centrifusion™)' 회전 기술과 바코드 브루잉 시스템이 적용됐다. 바코드를 읽은 머신이 캡슐별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내고, 분당 최대 7000번의 고속 회전을 통해 커피를 뽑아낸다. 이 과정에서 표면에는 버츄오 특유의 풍부한 크레마가 형성된다.
스마트한 관리 기능도 돋보인다. '네스프레소 스마트' 모바일 앱과 연동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물론, 머신 세척 및 디스케일링(석회질 제거) 시기를 알림으로 알려준다. 기기 관리에 서툰 입문자라도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최상의 기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사용 후 캡슐을 담는 컨테이너 용량도 넉넉한 편이다. 에스프레소(40㎖)부터 머그(230㎖) 사이즈까지 다양한 캡슐을 사용해 본 결과, 폐캡슐 컨테이너에는 15개가량 넉넉하게 담겼다. 자주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다만 캡슐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출 중 회전음이 들린다. 짧은 시간에 끝나는 소음이라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사용 후 캡슐에 남아 있던 잔수가 컨테이너 안으로 흐르거나 튀는 점은 아쉬웠다. 컨테이너 바닥에 키친타월 한 장을 접어 깔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깔끔한 관리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원심력을 활용한 회전 추출 방식의 캡슐 커피 시스템을 보유한 브랜드는 네스프레소가 유일해, 타 브랜드와 가격 비교가 어렵다. 버츄오 업 기기 색상은 펄 화이트, 잉크 블랙, 그라파이트, 오션 블루 네 가지이며 가격은 32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