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연일 오르는 가운데 일부 납품 가격 담합과 정부의 가격 할인 정책이 맞물리면서 유통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트 관계자가 돼지고기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제주 제외) 돼지고기 평균 경락(경매 낙찰) 가격은 6500원으로 전월(5284원) 대비 23%, 전년 동기(5798원) 대비 12% 각각 올랐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사룟값 인상, 가축 질병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우선 일부 업체의 납품 담합이 문제로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돼지고기 납품 과정에서 가격 담합을 벌인 업체들을 적발하고 과징금 부과 및 고발 조치를 내렸다. 적발된 업체는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CJ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 등 9개 업체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이마트(139480)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를 제외한 6개 법인은 검찰에 고발됐다.

일부 업체들은 입찰 가격과 하한선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는 도매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는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돌아왔다.

아울러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한돈자조금을 활용한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다. 대형마트에서는 삼겹살과 목살을 최대 30% 이상 할인하고, 온라인몰에서는 최대 50%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 소비자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할인 재원이 자조금과 정부 지원으로 일부 보전되지만, 전액 지원은 아니어서 유통사와 납품 업체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납품 단가가 오른 상태에서 판매가를 할인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이윤 압박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할인 행사는 한돈자조금 측에서 한돈 할인 행사 공고를 내고, 유통업체가 희망하면 지원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행사 기간 발생한 할인 비용을 한돈자조금이 유통업체에 일부 지원한다"고 했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유통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반복되는 할인 행사로 낮은 가격이 기준처럼 굳어지면서 행사 종료 이후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체감 인상 폭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가격 상승 요인을 떠안는 구조에 놓여 있다. 납품 단가는 오르고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할인 정책이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에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할인까지 병행되면 유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대형마트에서는 돼지고기 할인이 미끼 상품으로 쓰이기도 하고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한동안 할인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