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매출 1조원 돌파'라는 표현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들이 소비자 결제액이나 가맹점 총매출을 앞세워 외형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실제 연결 기준 매출액은 4000억~5000억원대에 그쳐 발표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착시를 유도하는 숫자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유통·외식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824억원을 기록했지만, 대외 발표 자료에서는 '소비자 매출 1조874억원'을 강조했다. 소비자 매출은 전국 모든 매장에서 소비자가 결제한 전체 판매 금액을 뜻한다. 이는 본사의 실제 수익(로열티·납품 등)만 반영한 재무제표상 매출과는 차이가 크다.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역시 실제 매출은 4790억원 수준이지만 'POS(계산 처리 시스템) 매출 1조원 돌파'를 내세웠다. 신흥 피자 브랜드 노모어피자도 본사 매출(2024년 기준 206억원)의 10배가 넘는 '가맹점 총매출 2099억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 차이는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본사 매출은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거나 로열티를 받아 얻는 수익만 반영되는 반면, 소비자 결제액이나 가맹점 총매출은 각 매장에서 발생한 전체 판매 금액을 합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총매출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 매장에서 발생한 판매 금액은 대부분 각 가맹점이 가져간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본사의 영업이익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가격 인상과 점포 확대에 따라 전체 결제액이 증가하면 '사상 최대 실적' 등의 표현으로 포장될 수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장사가 잘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이해된다"라면서도 "대부분 소비자가 기사를 제목 위주로 접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매출, 가맹점 총매출 등의 명확한 표현을 하지 않으면 실제 기업 규모를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신생 브랜드가 가맹점 수와 총매출만으로 기존 대형 브랜드보다 더 큰 회사처럼 보일 수도 있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같은 숫자 마케팅이 활발해진 시점이 기업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모펀드(PEF)가 최대 주주인 프랜차이즈의 경우 외형 성장성을 부각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맘스터치의 최대 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맘스터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모어피자처럼 사모펀드 소속은 아니지만 최근 성장 단계에 있는 신생 브랜드들 역시 투자 유치 과정에서 빠른 외형 확대를 강조할 필요성이 크다. 특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공시 의무 사항이지만, 총매출액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는 것 역시 기업의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맹본부 매출은 공시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 어렵다. 기업이 브랜드 규모나 시장 내 위상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 결제액이나 가맹점 매출을 포함한 총매출은 본사의 순수 매출이나 수익성과는 다른 지표"라며 "이를 헤드라인처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정확한 사실 전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경우 외형 성장과 볼륨을 강조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며 "일종의 착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투자자나 금융권,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공시 기준인 매출과 영업이익 등 핵심 지표를 전면에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조원이라는 숫자의 상징성도 있고, 저성장 시대에 외형이 커 보이도록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같은 숫자 마케팅이 반복되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반적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랜드 신뢰도를 위해서는 통상적인 기준에 따른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