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009240)이 사무용 가구 브랜드를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신사업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미 현대리바트·퍼시스 등 강력한 경쟁자가 자리 잡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매출은 2021년 2조231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445억원, 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40.7% 감소했다. 2021년 영업이익이 69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이 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주택 시장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리모델링 수요가 위축되면서 한샘의 핵심 사업인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인테리어 부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샘을 포함한 가구 업계는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렸던 '집 꾸미기' 수요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역기저 효과까지 겹쳤다.
대외적인 비용 부담도 악재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물류비 확대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 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한샘이 과거의 고성장을 다시 누리려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근본적인 사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강민창 KB증권 연구원은 "위축된 소비심리, 주택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과거 주가 상승기의 주요 동력이었던 외형과 이익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한샘은 제한된 외형 성장 속에서 수익성 높은 부엌, 화장실 등 리모델링 단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데 원가율의 의미 있는 회복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 한샘은 사무용 가구 브랜드 '이머전' 시리즈를 출시하고 한샘 플래그십 논현에 쇼룸을 마련했다. 사무용 가구 시장 진출은 기존 주거 공간 중심의 사업 모델을 오피스 영역까지 확장해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업 비중을 확대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미 사무용 가구 시장은 현대리바트와 퍼시스라는 양강 체제가 공고히 구축돼 있는 탓이다.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 촘촘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 전문 브랜드로서 전문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용 가구 시장은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 장기적인 거래 관계와 신뢰 기반의 영업망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후발주자인 한샘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용 가구 시장 역시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변수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을 대비해 설비 투자를 축소할 경우 사무용 가구 수요는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주거 인테리어 사업과 마찬가지로 경기 변동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업계는 한샘의 이번 진출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가파른 실적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가용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무용 가구 시장 안착 여부는 향후 한샘의 재도약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신사업 확대 전략 자체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경우, 한샘은 사업 구조 전환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올해 실적 전망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그만큼 위기 상황이라는 것으로 읽힌다"며 "사무용 가구 시장 진출이 단순한 구색 맞추기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거듭날지는 한샘의 경영 전략과 영업망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