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하면서 담배 가격 인상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획에는 담배 제품 사용 감소를 위한 가격 규제 강화 방향이 담겼다.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 보건복지부는 "현재 담배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하겠다"며 인상 여지를 남겼다.
한국의 담뱃값은 2015년 인상된 이후 10년 넘게 동결된 상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가격 수준도 낮은 편이어서, 학계를 중심으로는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 후 정부가 중장기 흡연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국 담뱃값 인상 논의를 다시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 세부 추진 계획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해 담뱃값을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OECD 평균 담뱃값은 2023년 기준 한 갑에 9869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2015년 담배 한 갑 가격을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 뒤, 10년 넘게 가격을 묶어두고 있다.
정부는 2024년 각각 28.5%, 4.2% 수준인 성인 남성·여성 흡연율을 2030년까지 각각 25%, 4%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담뱃값이 동결되면서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오히려 약화해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흡연자 중 '1개월 내 금연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7%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담뱃값이 10년 넘게 묶이면서 가격 정책이 금연을 유도하는 기능도 함께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학계에서도 흡연율 감소를 위해서는 담배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하나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성인 흡연자 200만명 이상을 추적·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05년과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 인구가 금연으로 전환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에는 가격 인상이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연간 금연율이 2014년 11.2%에서 2015년 16.5%로 5.3%포인트(p) 상승했다.
김 박사는 "한국은 마지막 담뱃값 인상 후 이미 10년이 지났다"며 "가격 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담배 규제 조치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기대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15년 39.4%로 급감했지만, 가격 인상 후인 2016년에는 40.7%로 다시 소폭 반등했다. 다만 학계는 이를 두고 가격 인상 자체가 무의미했다기보다, 후속 가격 조정이 장기간 뒤따르지 않은 결과로 본다. 여기에 실내 금연 구역 확대, 광고·판촉 규제, 금연 치료 지원 같은 비가격 정책도 충분히 결합되지 못하면서 초기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23년 대한금연학회지에 게재한 'SimSmoke를 이용한 2030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남성 흡연율 목표 달성 전략 탐색'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각종 비가격 정책을 함께 시행하면서 담뱃값을 매년 10%씩 인상할 경우 2030년 담뱃값은 약 8769원에 달하고, 남성 흡연율은 24.7%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또한 정부가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담뱃값을 매년 30%씩 인상해 2030년 2만8239원 수준이 돼야 남성 흡연율이 25.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담뱃값 인상이 단발성 조치에 그칠 경우 효과가 약해질 수 있으나, 가격 정책과 비가격 규제를 함께 강화하면 흡연율을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2030년 흡연율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 소통을 강화해 대중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