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업체들의 수익성이 원가 상승과 내수 위축에 따라 악화했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 진출로 활로 모색에 나섰지만 현지 규제 등에 따른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빙과업계 소매점 매출은 1조4864억원으로 10년 전인 2015년의 2조184억원에 비해 약 2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업종별 경기 현황 지수 중 낙농 빙과 부분은 88.9를 기록하면서 직전 분기 대비 13.9 낮아졌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해당 업종에서 전 분기 대비 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호전됐다고 응답한 사업체보다 많았음을 뜻한다.

저출산으로 핵심 소비층인 아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디저트 시장 경쟁 심화, 건강 추구 확산, 원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시장 침체는 주요 업체 실적에도 반영됐다. 현재 국내 빙과 시장은 롯데웰푸드와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포함)가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하는 양강 체제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빙그레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32.7% 감소했다.

빙과업계는 저출산을 가장 큰 소비 구조 변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아이스크림 핵심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0~14세)는 2015년 703만명에서 지난해 약 525만명으로 10년간 대폭 감소했고, 올해는 5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베이커리, 케이크, 빙수 등 디저트 선택지가 늘어난 것도 소비 분산 요인이다. 헬시 플레저(건강한 즐거움) 트렌드 확산으로 당류 함량이 높은 아이스크림 소비가 줄어드는 점도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코코넛오일 등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강화한 것도 수익성에 타격을 입혔다.

신제품 부재도 고민거리다. 현재 시장 점유율 상위 제품 상당수가 메로나, 월드콘 등 1990년대 이전 출시된 장수 제품이다. 케이(K)라면 확산에 기여한 불닭볶음면과 같은 메가 히트 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주요 소비 연령대가 어린 편인데 저출생으로 인구가 꾸준히 감소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또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인데 지난해 더위가 길지 않아 타격이 있었다"며 "기존 인기 제품들의 장벽이 워낙 높아 신제품들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점도 있다"고 했다.

빙과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 메로나를 중심으로 미국·유럽 등 30여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유제품 수입 규제가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식물성 메로나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리지널 멜론 맛 외에도 딸기 맛, 망고 맛, 바나나 맛, 코코넛 맛 등 다양한 맛의 메로나가 판매되고 있다. 빙그레의 빙과류 수출액은 2020년 711억원에서 2024년 154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를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고 현지 빙과 업체 하브모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푸네 지역에 신공장을 건설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동남아·인도 등 인구가 많은 신흥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유럽은 프랑스 등 주요 아이스크림 수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수출국인 프랑스는 제조업체만 400여 개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빙과 제품이 입점한 채널은 아시아 식료품점 중심이다. 현지 대형 유통망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의 유제품 수입 규제 역시 장벽으로 작용한다.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제품은 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식물성 제품을 별도로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젤라또 문화가 강세인 유럽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은 다른 K푸드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도 있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초코, 바닐라, 딸기 등 일반적인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다"며 "국내에서 인기가 있으면서도 독특한 맛의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 그런 제품들을 발굴해 수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