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나란히 빵·케이크 가격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식품업계는 향후 가공식품 가격 인하로 흐름이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밀가루·설탕 등 원재료 가격 인하 이후에도 요지부동이던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자, 업계에선 가격 정책을 둘러싼 '눈치 싸움'이 본격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27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이번 결정은 제분·제당 업체의 원재료 가격 인하 후 소비자 가격 조정이 실제로 이뤄진 첫 사례다. 그동안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인건비·임대료·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 가격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와 설탕이 핵심 원재료인 건 맞지만,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고환율 영향으로 수입 원재료 비용은 커졌고,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도 여전해 특정 원재료 가격 인하만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식품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도 전해졌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내수 시장은 축소되고 원자재 가격, 인건비는 오르는데 물가 안정 요구는 높아져 가격 조정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식품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주요 식품기업 30여 곳의 수장과 경영진 등이 참석한 현장에선 제빵업계의 가격 인하 소식을 두고 동향을 살피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와 물가 안정 압박에 대한 부담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1·2위 브랜드가 동시에 가격 인하를 단행한 배경엔 이재명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있다. 정부가 '민생 물가 특별 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 대통령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가공식품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현재까지 라면·과자·음료업계에서 소비자 가격 인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곳은 없다. 제분·제당업체의 원재료 가격 인하 이후에도 주요 가공식품 기업들은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가를 두고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고 본다. 가격 인하가 단순히 원가 문제를 넘어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와 직결된 사안인 탓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과자·음료는 빵류보다 원가 구조가 복잡하고 마케팅·유통·물류비 비중도 커 원재료 가격 인하가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선두 브랜드의 움직임이나 정부의 추가 메시지를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식품업계 특성상 선두 업체의 가격 정책이 경쟁사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 만큼,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가공식품이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는 건 아니라, 실제 가격 인하 여부와 시기, 인하 폭은 업체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결정은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하 분기점이 됐다. 당분간은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두고 가격을 둘러싼 눈치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특히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다면, 수출 확대·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영업이익과 지속 가능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