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설 명절을 앞둔 유통·식품업계에서는 명절 전략의 중심이 전통 제수용 식재료에서 가정간편식(HMR)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가구가 늘고, 제사상 물가 부담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절 특수를 겨냥한 간편식 시장 확대에 업계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63.9%로 전년 대비 12.4% 늘었습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의 46.2%는 명절 기간 농식품을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명절이 더 이상 대량 구매가 발생하는 특수 기간이 아니라 일상 소비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차례를 지내는 가구도 음식 가짓수와 물량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직접 조리 대신 반조리·완제품 등 간편식 구매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고물가 역시 간편식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지역 전통시장, 대형마트, 가락시장(가락몰) 등 총 25곳을 조사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주요 성수품 구매 비용이 전년 대비 4%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라진 명절 풍경에 업계는 간편식 시장 선점에 나선 모습입니다. 편의점 업계가 명절 간편식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주요 편의점들은 전·나물·떡국·불고기 등을 한 번에 담은 명절 도시락과 소용량 간편식을 대거 출시하면서 1~2인 가구와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 공략에 나섰습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9첩 반상 콘셉트의 '이달의도시락 2월 설명절편'과 함께 '왕만두 떡국', '모듬전&잡채'를 각각 선보였습니다. '명절 떡갈비 김치볶음밥'과 '통 고기완자전 김밥'도 출시했습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8찬 도시락 정식과 7가지 전 세트 2종 등 설 간편식을 출시하고 명절 관련 상품을 대상으로 알뜰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세븐일레븐도 11가지 반찬으로 구성한 '기운한상 도시락'을, 이마트24는 너비아니와 삼나물 등 12가지 반찬을 담은 케이(K)명절 풀옵션 한판을 출시하면서 가짓수를 늘리는 고급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이마트는 설 명절 당일인 오는 17일까지 피코크의 제수용 간편식을 10∼30% 할인한다고 9일 밝혔다. 할인 품목은 육수, 떡국떡 등 떡국 재료와 전류, 튀김과 식혜 등 50여종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해당 할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도 명절 상차림용 HMR과 소포장 제품 비중을 확대했습니다. 롯데마트·이마트 등은 설 선물 사전 예약과 연계해 간편식 세트와 유명 맛집 협업 상품을 전면에 배치하며 명절 소비 흡수에 나섰습니다. 롯데마트 측은 간편식 선물 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5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139480)는 명절 당일인 17일까지 떡국떡, 모듬전 등 피코크 제수용 간편식을 10~3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도 명절 특화 간편식 라인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불고기·떡국·나물·육수 등 명절 핵심 메뉴를 간편식 형태로 세분화해 출시하는 등 명절 음식 준비 과정 중 일부만 대체하는 '부분 간편식' 전략이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림(136480)은 명절 상차림에 활용하기 좋은 'The미식(더미식) 육즙떡갈비'를 출시했습니다. 앞서 '진한사골'과 '맑은멸치' 두 가지 타입의 떡국육수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그린푸드(453340)는 '우리가 명절을 준비하는 방법' 기획전을 열고 공식 온라인몰을 통해 불고기, 떡국, 나물 등 명절 상차림용 가정간편식 63종을 최대 15% 할인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농협목우촌은 명절과 상시 반찬 수요를 겨냥해 냉동요리 브랜드 '주부9단 손맛가득' 신제품으로 '동그랑땡'과 '떡갈비' 2종을 선보였습니다.

유통업계는 차례 문화 변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명절 소비 패턴이 연중 상시 소비와 경계가 흐려지면서, 명절용 간편식이 연중 간편식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와 같은 명절 특수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차례상도 대부분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면서 명절 이후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신제품 출시, 마케팅 등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