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유통 매장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올해의 레시피'로 '꿀 고추장 콘 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선정했다. 서구권에서 고추장을 디저트·베이커리 재료로 활용한 음식이 선정된 건 이례적이다. 식품업계에서는 한식 요리법이 대중적으로 퍼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트레이더 조 '올해의 레시피'로 선정된 꿀 고추장 콘 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Honey Gochujang corn Cookie Icecream Sandwiches). /트레이더 조 공식 홈페이지 캡처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는 최근 올해의 레시피로 꿀 고추장 콘 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Honey Gochujang corn Cookie Icecream Sandwiches)를 선정했다. 올해의 레시피는 트레이더 조 직원들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재료 중 5가지 이하만 사용한 레시피 중 최고인 것을 꼽는 행사다. 매년 1회 열린다.

이번에 선정된 레시피는 옥수수가 들어간 밀가루 반죽 겉면에 고추장을 발라 쿠키를 만들고, 그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끼워 먹는 요리법이다. 이 레시피는 트레이더 조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와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더 조는 미국 전역에 약 560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식료품 유통 업체"라며 "고추장 쿠키 레시피대로 만들고자 케이(K)소스를 사봤다는 댓글 등 현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고추장 쿠키가 트레이더 조의 올해의 레시피로 선정된 것에 대해 K소스 세계화의 신호로 본다. 실제 고추장을 요리에 활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수출도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고추장 수출액은 6192만달러(한화 약 864억원)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고추장을 포함한 K소스류 수출액은 3억9976만달러(약 5579억원)였다. 2016년 1억8961만달러 규모였던 소스류 수출액은 8년 만에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상반기엔 2억1189만달러(약 2957억원) 규모를 수출하면서 연말 4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현지 동포를 대상으로 한 수출이었고, 그만큼 작은 시장이었다.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최근 디자인 리뉴얼(새단장)을 마친 삼양식품의 불닭소스. /삼양식품 제공

식품업계는 K소스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삼양식품(003230)은 '불닭소스'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 중 불닭브랜드 수출은 1조1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7.3%에 달한다.

샘표식품(248170)은 고추장 기반 소스류를 중심으로 미국·유럽 등 50여 개국 수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샘표의 소스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23%에 달한다. 유기농 고추장과 '연두' 브랜드 제품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해외 매출이 63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상(001680)은 '청정원 순창 고추장'으로 미국·중국·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상홀딩스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장류 부문 매출은 17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고추장을 포함한 K소스 매출 비중은 30% 이상이다.

더본코리아(475560)는 수출용 소스 패키지에 한식 조리법을 담은 QR코드를 담아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소스별 응용 메뉴와 조리법을 평균 1분 내외 숏폼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오리온(271560), CJ제일제당(097950) 등은 자체 가공식품에 고추장을 접목한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K소스를 활용한 수출 제품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K푸드를 다루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25일 tvN 토일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1회 드라마 소제목은 '고추장 버터 비빔밥'이었는데, 이 레시피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내수 부진에 갇힌 국내 식품사에 성장 기회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K소스를 활용한 레시피를 현지 소비자들이 스스로 개발하는 건 현지 시장 확장성과 직결된다"며 "K푸드·K소스 등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만큼 수출 제품군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