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00맘'입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제품은..."
홈쇼핑 방송의 어느 대목이 아닙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포함한 모바일 라이브 방송의 한 대목입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사들이 뉴미디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플루언서와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채널만 홈쇼핑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옮겨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전문 쇼호스트나 다년간 경험을 쌓은 연예인이 주축이었던 시장에서 SNS상에서 성장한 인플루언서가 적극 등용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판매 기술이나 언변이 전문 쇼호스트나 다년간 경험을 쌓은 연예인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홈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CJ온스타일이 대표적입니다. 라이브쇼에 연예인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기용하고 있습니다. 판매 물품사가 과거에 협업했던 인플루언서를 데려와 라이브쇼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인플루언서는 다른 라이브쇼에 출연시켜 보기도 합니다. 모바일 채널에서 지갑을 여는 이들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SNS에서 성장해 온 인플루언서에 대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잦은 탓입니다. 연예인이나 전문 쇼호스트의 경우엔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배경이 검증되곤 하는데, 인플루언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엄마표 영어(아이 영어교육에 엄마가 적극 관여하는 것)' 콘텐츠로 인기를 끌면서 유·아동 분야의 인플루언서로 거듭난 A씨가 대표적입니다.
이 인플루언서는 '교원자격증이 있는 국제학교 초등영어 교사'라는 배경을 내세우면서 유아용 영어 교구 등을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학력 위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영어 관련 교원자격증을 가진 국제학교 교사로 생각하고 구매를 했으니 인플루언서 A씨에게 속은 셈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A씨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기간제라고 할지라도 국제학교 교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허위 학력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이 인플루언서가 C 홈쇼핑의 라이브쇼 '맘만하니'에 출연하면서 더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 라이브쇼 '맘만하니'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의 고민 해결을 목표로 다양한 영·유아동 카테고리의 인기 상품을 추천하는 방송입니다. 아무리 라이브커머스라고 해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인데, 허위 이력 논란이 있는 인플루언서를 출연시킬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활동 반경이 넓어진 만큼 바라보는 눈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C 홈쇼핑 관계자는 "처음엔 한솔교육과 협업했던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방송을 하게 됐고, 논란을 인지한 이후 학위증명서나 영어 점수 등 검증 서류를 받았다"라며 "하지만 논란이 계속된 만큼 지난 7월 23일 라이브쇼에는 다른 쇼호스트를 등장시켰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자연스레 영향을 받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홈쇼핑이나 라이브쇼 영역에서 세를 키운 인플루언서가 홈쇼핑사 라이브커머스로 진출하는 것은 앞으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꼭 라이브커머스가 아니더라도 인플루언서가 활동 영역을 넓혀갈 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출신 심리학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인플루언서 작가 B씨가 대표적입니다. B씨의 허위 학력·경력 사실이 밝혀지자, 그의 책을 출판한 회사가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용하기 전에 검증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는 논란이 일만 한 내용이 아닌데도 비방이 일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라면서도 "화제성이나 신선함을 고려했을 때 인플루언서 발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학계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인플루언서의 상업활동을 일부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부 교수는 "갈수록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허위, 과장광고가 밝혀지더라도 인플루언서가 사과문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 문제"라며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