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류기업 윌리엄그랜트앤선즈(WG&S)코리아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와일드무어'를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1886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서 문을 연 유서 깊은 위스키 제조사다. 싱글몰트 위스키 세계 판매 1위 브랜드 글렌피딕과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발베니 등을 만든다.

와일드무어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새롭게 선보인 위스키 브랜드다. 와일드무어라는 이름은 야생(Wild)과 황야(Moor)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조합해 지었다.

15일 서울 성수동 소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본사에서 '와일드무어' 출시 기념 행사가 열렸다. (좌측부터) '와일드무어 30년 러기드 코스트', '와일드무어 23년 다크 무어랜드', '와일드무어 40년 블랙 마운틴'이 전시되어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와일드무어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 가문이 60년 동안 개인적인 용도로 수집했던 위스키 원액 가운데 에이션트 리저브(ancient reserve)를 일부 섞어 만들었다고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전했다. 에이션트 리저브는 말 그대로 오래 보관한 희귀 원액 여분을 말한다.

와일드무어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수집한 원액이 쓰였다. 위스키 업계에서는 이런 폐(廢) 증류소를 '유령 증류소'라 부른다. 이들 유령 증류소는 대체로 문 닫기 직전, 남아있던 원액을 주변 증류소에 저렴하게 넘긴다. 위스키 애호가들은 물량도 적고, 찾기도 어려운 유령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이번에 와일드무어 23년 다크 무어랜드와 와일드무어 30년 러기드 코스트, 와일드무어 블랙 마운틴 등 3종을 출시했다. 주류업계에서는 보통 12~18년 정도 숙성한 위스키를 간판 상품으로 여긴다. 20년 이상 숙성한 제품은 이보다 고급 제품으로 취급한다.

김정훈 와일드무어 브랜드 매니저는 "국내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성장했고, 현재는 안정화되는 중"이라며 "현재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가 국한적인데, 와일드무어는 프리미엄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서 대안이 될 만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스카치 위스키는 증류소 위치가 스코틀랜드 어느 지역에 있는지에 따라 맛과 향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스페이사이드·하이랜드·아일라·로우랜드 등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하다.

와일드무어는 전형적인 위스키 문법에서 벗어나 신생 브랜드임에도 과감히 여러 지역 원액을 섞었다. 와일드무어 23년 다크 무어랜드는 하이랜드 지역 몰트(맥아) 위스키를 로우랜드와 하이랜드 그레인(곡물) 위스키와 섞어 만들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산 참나무통에서 1차 숙성 후 스페인산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마무리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스코틀랜드 바람이 몰아치는 짙은 황무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자평했다.

와일드무어 출시 기념 행사에서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와일드무어' 옆에서 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와일드무어 30년 러기드 코스트는 스코틀랜드 거친 서부 해안선과 바닷바람·파도 소리, 피트(이탄·泥炭) 향을 동기 삼아 탄생했다. 피트는 풀이나 이끼가 쌓여 축축하게 굳은 일종의 석탄이다. 해초·물이끼와 섬 야생화 등이 수천 년에 걸쳐 산소가 거의 없는 땅 아래서 부식해 만들어진다. 피트향을 강조한 위스키에서는 약 냄새 혹은 탄 내음와 비슷한 독특한 짭조름한 향기가 난다.

와일드무어 40블랙 마운틴은 사라진 유령 증류소 원액을 더해 특별함을 강조했다. 스페인산 페드로 히메네스를 묵힌 참나무통에서 마무리 숙성해 깊고 풍부한 풍미를 뿜어낸다고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전했다.

시중 판매가는 와일드무어 23년이 30만원대, 30년은 70만원대, 40년은 140만원대다.

브라이언 킨스만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몰트 마스터는 "와일드무어는 스코틀랜드 야생의 웅장함,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탄생한 제품"이라며 "희귀한 에이션트 리저브 원액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섞어 만든 강렬하고 깊은 풍미 위스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