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내수 부진 상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대형 식품 기업을 가르는 척도였던 매출 3조원을 넘어 4조원을 처음으로 달성했다.

K(케이)푸드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식품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사업 부문에서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SPC삼립(005610), 오뚜기(007310), 농심(004370) 등 올해 매출 4조원대로 올라갈 기업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식품업계와 fn가이드 등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매출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 CJ제일제당(097950), 동원F&B(049770), 대상(001680), 롯데웰푸드(280360)에 이어 다섯 번째다.

fn가이드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매출 4조766억원을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2023년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3조원 벽은 2023년 넘어섰다.

연 매출 2조원대에서 3조원대으로 뛰는 데 12년이 걸렸다. 그러나 3조원대에서 4조원 달성하는 시간은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결은 필리핀 펩시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2023년 필리핀 펩시 매출은 9448억원에 달했다. 필리핀 펩시 매출이 급증하면서 롯데칠성 해외 매출은 2023년 상반기 2342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8033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롯데에서는 롯데칠성음료 외에도 롯데웰푸드(280360)가 매출 4조원을 넘겼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2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28년 3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 신흥시장 8개국에 법인을 세웠다.

그래픽=정서희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웰푸드 외에도 국내 식품 업계에서 매출 4조원을 넘긴 기업은 세 곳이 더 있다. 식품업계 ‘맏형’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이 그 주인공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29조489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해외 식품 사업 부문에선 미국과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상은 종가 김치와 K소스, K편의식(HMR), 김을 4대 글로벌 중점 카테고리로 삼고 제품을 현지화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식품기업 김치 수출액은 8200만달러(약 1100억원)다. 이 가운데 대상 종가 김치 브랜드 수출액은 절반이 넘는 4600만달러(약 614억원)에 달했다.

대상은 2022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공장을 완공했다. 2023년에는 미국 현지 아시안 식품 전문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했다. 최근 유럽에서도 김치 수요가 늘어나자, 대상은 폴란드 지역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매출 4조447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동원F&B는 동원참치와 조미김 양반김을 앞세워 해외 사업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서는 대형 식품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통상 매출 3조원을 제시했다. 2022년까지 3조 클럽에 해당하는 식품기업은 고작 네 곳에 그쳤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오뚜기(007310), 농심(004370) 같은 기업들이 매출액을 늘리며 3조 클럽 가입 식품기업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

여기에 올해는 오리온(271560)풀무원(017810)이 3조 클럽에 가입했다. fn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오리온과 풀무원은 지난해 추정 매출이 각 3조2144억원, 3조926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전 해보다 각각 6.2%, 7.4% 증가한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식품 기업들이 올해도 외형을 키울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주요 식품 기업들은 국내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을 상당수 인상했다. 여기에 해외 시장 확대 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전반적인 국내 소비 심리 둔화, 원재료비 상승은 우려스러운 요인으로 꼽혔다.

추세를 감안하면 SPC삼립과 오뚜기, 농심이 올해 유력한 4조클럽 가입 후보로 꼽힌다.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 3조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으로 아직 경쟁사보다 낮다. SPC삼립 역시 오뚜기와 비슷한 3조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삼양식품(003230)은 아직 연 매출이 1조7000억원 수준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식품은 영업 이익률이 낮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내수 업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해외 시장으로 적극 나가야 한다”며 “특정 제품이나 일부 해외 법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극복하려면 현지화한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