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 문화가 확산하면서 식품업계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 펫푸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이 섭취하는 사료나 영양제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해 만든 ‘휴먼 그레이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영양 성분을 강조한 제품을 잇따아 출시하고 있다.
10일 미국 식‧음료, 가정용 소비재 전문 시장조사기관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는 ‘2025년 식품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식품과 관련한 트렌드도 함께 소개했다. ‘개인 맞춤형 영양’, ‘식물성 식품’, ‘장 영양’은 사람과 반려동물 식품 모두에 적용되는 올해 트렌드로 꼽혔다.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연령대별로 균형 잡힌 식품과 음료 제품이 전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반려동물 소화 건강은 보호자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프리바이오틱스 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된 반려동물 식품 출시는 연평균 성장률(CAGR)이 22%로 집계됐다.
아울러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반려동물 사료 중 식물성 단백질이 포함된 제품 비중은 52%에 달한다. 닐슨IQ에 따르면 식물성 단백질이 함유된 제품 시장은 지난 4년간 연평균 7.8%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영양 성분을 강조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휴먼 그레이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좋은 성분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심은 최근 ‘반려다움’ 브랜드를 통해 영양제 3종을 출시했다. 각각 관절, 눈,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정을 받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고, 제품마다 성분과 함량을 투명하게 표시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펫라이프는 반려동물용 건기식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대상펫라이프의 펫푸드 브랜드 ‘닥터뉴토(Dr. nuto)’는 작년 말 단백질 영양 보충이 필요한 반려동물을 위해 ‘하루통살 닭 안심’을 출시했다.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휴먼 그레이드에 100% 국내산 닭으로 만든 간식이다.
풀무원도 풀무원 대표 식품인 두부를 넣어 만든 ‘자연담은 반려견 간식 채소쏙쏙 두부봉’을 선보였다.
오픈서베이가 작년 8월 발표한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반려견, 반려묘 월평균 양육비는 각각 16만500원, 13만2200원으로 집계됐다. 반려견, 반려묘 보호자 모두 주요 지출 항목이 사료, 간식, 기능성 영양제, 건강식품이라고 답했다. 반려견 보호자의 경우 76.8%, 반려묘 보호자는 86%가 이같이 답변했다.
기능성 영양제, 건강식품 지출 비용은 반려견 평균 6만9900원, 반려묘는 6만3800원으로 집계됐다. 종합영양제, 관절 영양제, 치아 영양제, 장 영양제 등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커지자 펫푸드 사업을 접었다가 다시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를 통해 사료에 들어갈 아미노산(동물성 단백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펫푸드 사업에 진출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19년 철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접었던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수년 사이 시장이 더욱 성숙했다는 것이다.
삼정KPMG가 발표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반려동물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은 28억7000만달러로, 10년 전인 2013년 3억2600만달러 대비 9배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