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밀키트(가정간편식) 업계 1위 프레시지가 인지도가 높은 스타 셰프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유명세와 차별화한 기술을 동시에 갖춘 외식업계 유명인을 끌어들여 지식재산권(IP)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지난 7월 최현석 셰프와 전략적 IP 유통 계약을 체결한 이후 11월부터 중식 요리사 여경래 셰프 IP까지 추가로 확보했다.

프레시지는 현재 최현석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쵸이닷과 중앙감속기 IP를 보유하고 있다. 최 셰프는 지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두 차례 팀 대결 리더를 맡아 승리를 끌어냈다. 이전에도 인지도가 높은 셰프였지만,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층 인기가 높아졌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였던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최현석 셰프 쵸이닷 IP로 만든 제품 판매량은 17만개를 기록했다. 밀키트 업계에서는 보통 단일 제품 판매량이 10만개를 넘어가면 히트상품으로 취급한다.

프레시지는 최 셰프와 협업이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직원들이 실제 점심·저녁 식사로 즐기는 직원 식당 메뉴를 라인업에 더했다. 이후 같은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여경래 셰프도 끌어들였다. 여 셰프는 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이자 세계중식협회 부회장을 역임 중인 중국 음식의 대가(大家)다.

이현복 프레시지 영업본부장은 “단순한 협업 관계보다 셰프 정체성을 더 깊게 반영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셰프들이 수십 년 동안 쌓은 요리에 프레시지 간편식 제조·유통 기술을 더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프레시지는 2016년 ‘요리로부터 세상을 자유롭게 한다’는 철학을 앞세운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첫해 매출은 1억원에 그쳤다. 이듬해 2017년도 15억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자, 간단히 집에서 조리만 하면 외식 메뉴와 유사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밀키트 붐이 일었다. 2020년 산업은행은 프레시지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프레시지를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꼽았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뜻하는 정보기술(IT) 업계 용어다.

2021년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벌였다. 3000억원이 넘는 누적 투자금으로 라인물류시스템(냉장 운송), 닥터키친(특수 간편식), 허닭(닭가슴살 전문 가공), 테이스티나인(밀키트 제조사)을 차례로 샀다. 이후 프레시지는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 간편식 생산부터 물류·유통·판매를 직접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몸집이 커진 만큼 매출도 불었다. 2022년 프레시지 매출은 2149억원을 기록했다. 5년 만에 143배가 늘었다.

다만 만성적인 적자도 같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처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누적 영업 적자 3304억원을 기록했다.

밀키트는 식재료 원가 비중이 유난히 높은 사업이다. 프레시지 역시 원가 관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프레시지가 기록한 매출원가율은 86%였다. 보통 식품기업은 원가율을 50~60% 선에서 관리한다. 아무리 높아도 70% 초반을 넘지 않는다.

프레시지는 초기 밀키트 시장 장악을 위해 판매가를 무리하게 낮췄다. 그러다 보니 원가 비중이 80% 중반을 넘어섰다. 원가에 운송비·인건비·마케팅 비용 등 판매관리비까지 포함해 계산하는 개별 기준 원가율은 2023년 141%를 기록했다.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키트 시장 성장세도 꺾였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팬데믹을 맞아 2017년 20억원 규모에서 2023년 3821억원으로 6년 새 190배 넘게 커졌다. 하지만 엔데믹을 기점으로 성장이 정체하며 3년째 3000억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팬데믹 후반기부터 식품 대기업들이 밀키트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오면서 시장은 작아지는데,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며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거대 유통 인프라나 식자재 조달망을 프레시지가 단시간에 외형적으로 따라잡는 과정에서 이익 개선은 후순위로 밀렸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