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5성급 호텔에서 저녁 뷔페를 먹으려면 성인 1인당 2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서울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는 평일 저녁에 19만2000원, 롯데호텔의 라세느는 19만원 정도를 써야 합니다.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5성급 호텔 뷔페 가격이 매년 오른 결과입니다.
매번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만 들리는 요즘인데 가격을 낮춘다는 소식을 내놓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뷔페 ‘그랜드 키친’입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그랜드 키친은 저녁 뷔페 가격을 14만원에서 9만9000원으로 30% 정도 낮추기로 했습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지노 복합 리조트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카지노와 관광을 즐기러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주요 소비자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다른 카지노 리조트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해야 ‘비싼 휴양지’라는 인식이 박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의 5성급 호텔 뷔페 가격은 9만5000원에서 11만5000원 사이입니다. 6일 기준 환율을 적용했을 때 샌즈마카오 888뷔페는 9만5000원, 포시즌스 호텔의 발칸카오는 11만원 수준입니다.
일본의 카지노 리조트를 보유한 5성급 호텔 뷔페 수준도 비슷합니다. 100엔에 930원 수준의 환율을 적용했을 때 그랜드하얏트 후쿠오카의 저녁 뷔페는 7만5000원(8000엔), 힐튼 도쿄는 8만3000원(9000엔)이면 저녁 뷔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그랜드 키친의 뷔페 구성이나 규모를 봤을 때 5성급 특급호텔과 비견할 수 있는 수준인데 국내 5성급 호텔 뷔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특급호텔은 매년 뷔페 가격을 올릴 때마다 “호텔 식음료장에선 마진(수익)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면서 “소비자 만족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랜드 하얏트 제주 사례를 보면 10만원 밑으로 가격을 유지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지 않냐는 것입니다. 분위기 값이나 유명세를 포함하더라도 지나치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특급호텔도 할 말은 있습니다. 가격을 올려도 원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성사되는 가격이라는 의견이 첫 번째입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신라호텔만큼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5성급 호텔도 많다”면서 “그만큼 맛 좋고 만족도가 높아 소비자가 찾는 것인데 서민 식당도 아닌 고급 호텔 뷔페 가격에 대해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합니다.
두 번째는 카지노를 포함한 특급 호텔은 식음료 업장에서 남기지 않더라도 카지노에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가격 설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과는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설왕설래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말을 아끼고 다른 특급호텔과 비교되는 것에 선을 긋는 분위기입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를 찾는 소비자 중 70%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 손님들 입장에서 느꼈을 때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가격을 낮추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맞춤소비와 양극화라고 합니다.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소비가 아주 비싼 소비와 싼 소비로 나뉘고 소비자 각자의 사정에 따라 그 어딘가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특급호텔 뷔페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맞춤소비가 일어나고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