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연시(年末年始)마다 불티나게 팔리는 상품이 있다. 새해를 앞두고 다이어트 보조 식품, 자기 계발 서적, 외국어 교재, 건강기능식품처럼 일명 ‘결심상품’이 반짝인기를 얻는다. 결심상품이란 새해 목표를 다잡고, 이 목표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말한다. 최근에는 자기만족과 여가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 행태가 이전보다 뚜렷해지면서 결심상품에 큰돈을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6일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3일까지 보름 동안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다이어트 상품 매출이 이전보다 급증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챙겨 먹는 단백질 바 매출은 직전 보름보다 32% 증가했다. 샐러드(16%), 구운 계란(14%), 닭가슴살(14%) 같은 다른 식단 관리 상품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컬리는 연초 결심상품을 과감히 사들이는 소비자를 겨냥해 새해맞이 식단 관리 기획전을 준비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 3일 시작한 이 행사 첫날, 닭가슴살은 이전해 11월 평균 대비 2배 이상 팔렸다.
롯데쇼핑 계열 롯데온도 새해 명절 선물 목록에 5만원대 닭가슴살 선물세트와 3만원대 유산균 선물세트 등을 올렸다. 이번 설 명절이 예년보다 이른 1월이라는 점을 감안해 결심상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새해는 새로운 마음을 먹거나 나쁜 버릇을 끊기 좋은 타이밍이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미국 성인은 3분의 1이 새해를 맞아 무언가 결심을 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건강하게 먹기(19%)’, ‘운동하기(17%)’, ‘체중감량(15%)’에 성공하길 희망했다.
국내에서도 결심상품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2000년대 초에는 은단이나 껌 등 금연보조제 매출이 연말연시마다 급증했다. 토픽과 오픽을 포함한 외국어 학습 교재도 새해 결심상품 목록에 단골로 올랐다. 그 이전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컴퓨터 교재도 연초에 대거 팔렸다. 이들은 금연 사업이 고도화하고, 외국어 학습을 위한 인터넷 강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2010년대 초기까지는 다이어리와 새 수첩도 새해마다 매출이 급증하는 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다이어리나 수첩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홈트레이닝 용품과 재테크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소비자들은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집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기기 구매에 나섰다.
전 세계 증시에 유동성(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을 결심상품으로 꼽는 소비자도 생겼다. 본격적인 엔데믹에 접어든 지난해 1월부터는 등산·아웃도어 용품이 연초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심리학자들은 결심이 성공하려면 의도와 방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한다”며 “실제 결심 실행을 돕는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실행 의도와 각오를 부각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작심삼일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구매 효과가 상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