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그리스도교 3대 성지다. 프랑스 생 장 피드포르 마을(Saint-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해 스페인 서쪽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800킬로미터(km)에 이른다. 이 길은 그리스도 12제자 가운데 한명인 야고보 성인 무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끝을 맺는다.
이 길을 걷는 인구는 매년 100여개 국가에서 45만명에 달한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산티아고 순례길 한국인 순례자 수는 2004년 15명에 그쳤다. 이후 2019년에는 8000명이 넘었다. 지난해에도 7563명으로, 전체 국가별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2위 대만(2513명)과 차이가 크다.
예전에는 대다수가 이 길을 종교적 목적으로 걸었다. 요즘은 순례보다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새로운 관계와 소통하기 위해 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이 기나긴 길을 걷는 수요가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은의 길’은 스페인 중부 카스티야 레온 지방을 지난다. 이 지역은 중세 스페인에서 중심지 역할을 했다. 곳곳에 성과 수도원·성당같은 역사 유적과 문화재가 풍부하다. 보존 상태가 좋은 유적들은 순례자가 서 있는 자리를 순식간에 중세로 옮겨 놓는다.
종교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은의 길이 타임머신이라면, 미식(美食)을 즐기는 사람에게 이 지역은 그 자체로 천국이다.
카스티야 레온 지방에는 스페인 최대 트러플 산지(소리아)이자, 최고 와인 산지(리베라 델 두에로)가 자리한다. 면적에 비해 도시 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청정한 곳이자, 자연보호구역이 많은 내륙고원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값비싼 송로버섯과 내로라하는 와인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특히 이 지역에는 15세기 무렵부터 사용했던 지하 와이너리, 스페인식 표현으로 ‘보데가’가 즐비하다. 이 지역은 기온이 높고 여름에는 해가 길어 태양과 열을 피하기 위해 서늘한 지하에 와이너리를 조성했다. 과거 이 거리에만 300여 개 지하 와이너리가 있었고, 지금도 그 일부가 남아 관광 명소 역할을 한다.
스페인 기후는 매우 혹독하다. 강수량이 지나치게 적고, 토양은 척박하다. 좋은 와인은 원래 적은 강수량과 척박한 토양에서 빚어진다.
스페인은 그 정도가 심하다. 스페인 포도밭에는 키 작은 포도나무가 듬성듬성 심겨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유명 와인 산지처럼 키를 맞춰 나란히 늘어선 포도밭을 보기 어렵다. 포도송이 숫자도 매우 적다. 거친 스페인 기후와 토양 조건에 맞춰 포도나무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비가 적게 오니 당연히 포도송이 숫자도 적다. 대신 포도 알맹이가 달고 단단하다.
보통 스페인 화이트 와인은 13~14도 내외 알코올 도수를 보인다. 품종을 막론하고 열대과일 향이 풍부해 여느 식전 음식에 두루 어울린다는 평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단편적이고 복합미가 떨어지는 달콤한 와인’이라는 아쉬움이 따라붙었다. ‘일부 브랜드를 빼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알토스 데 산티아고는 카스티야 레온에서도 북쪽 고지대에 자리잡아 건조한 스페인 기후를 감안하면 질 좋은 포도를 키워내기까지 손이 많이 간다. 다른 포도 재배자들이 이 지역을 거들떠보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이 와인을 만드는 보데가 엘 타니노는 이 와인은 해발 900~1000미터 고도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4개월 간 프랑스산 참나무통에서 숙성해 복합미를 강조했다.
여기에 보데가 엘 타니노는 스페인 와인에 씐 낡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겉면에는 와인 맛과 개성을 따뜻한 감각으로 표현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순례자들 여정을 응원하기 위해 겉면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비석을 그려 넣은 이유다. 이 그림은 와인 양조가와 소믈리에, 디자이너가 팀을 이뤄 자아낸 결과물이다.
알토스 데 산티아고는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구대륙 화이트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수입사는 가자무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