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A씨는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단기간에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묶음 구매를 했다. 그는 건기식 섭취 6일째에 복통을 느꼈고 7일째엔 설사하기 시작해서 건기식 섭취를 중단했다. 하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A씨는 결국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처방약 복용 이후에 증상이 호전됐다.
30대 여성 B씨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다음 날 아침부터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렸다. 이튿날에는 얼굴에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목, 어깨까지 번졌다. 증상이 심각해지자 B씨는 피부과에 내원해 주사를 처방받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중단했다. B씨는 석류, 강황, 갑각류에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센터에서 상담을 받다가 제품 표시 사항에 석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주의하라는 표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은 건강기능식품 섭취 후 이상 증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대표 사례를 27일 공개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건기식 섭취 전에 원료, 주의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일한 기능성 원료를 중복으로 섭취하거나, 각각의 성분들이 흡수를 방해해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기식 개인 거래를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는 1966건 접수됐다. 전년 같은 기간 1392건보다 574건 많다. 이상사례 현황을 보면 여성이 1367명으로 전체의 69.5%, 남성은 420건으로 21.4%를 차지했다. 연령은 정보 확인이 어려운 경우(48.8%)를 제외하고 60대 이상 25.7%, 50대 11.2%, 40대 6.6%, 30대 3.8% 순이었다.
세부적인 증상으로는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44.6%, 가려움과 같은 피부 증상이 18.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외에 어지러움, 가슴답답, 갈증 등의 증상도 있었다. 한 명이 여러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능성 원료나 건강기능식품의 개발·제조 단계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이상 사례의 원인을 찾고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자 식품안전정보원을 전문 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식품안전정보원은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인과관계 조사·분석을 맡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살을 단기간에 빼고 싶은데 체지방 감소 건기식 2개를 한꺼번에 먹으면 도움이 되느냐”, “건기식 섭취 후 복통이 생겼는데 섭취를 중단해야 하느냐”, “하루 동안 식사를 하지 않고 건기식만 섭취했더니 속이 메스껍다”는 등의 문의가 접수됐다. 식품안전정보원은 “건기식을 먹을 때는 제품 표시 사항의 원료, 일일섭취량, 섭취 방법, 섭취 시 주의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며 “여러 개의 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먹는 경우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능성 원료가 중복으로 함유돼 있을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원재료가 함유된 경우 해당 원재료명을 건기식 정보 표시면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식약처가 설정한 일일섭취량을 초과해서 섭취하지 않도록 소비자도 주의해야 한다.
건기식 업체는 소비자로부터 이상 사례가 접수되면 식품안전정보원 또는 식약처 식품안전나라에 보고해야 한다. 사망 또는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상 사례는 7일 이내, 그 외 이상 사례는 15일 이내에 해야 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제품명과 이상 사례뿐 아니라 섭취 기간, 섭취량, 이상 사례 발생자의 보유 질환 및 복용 약물, 성별 및 연령 등 정보 등이 필요하다”며 “원인을 정확하게 조사, 분석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가 수집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