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한 남성이 어깨높이 담을 넘어 맥주 원료 맥아가 쌓여있는 곳으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위치한 유명 중국산 맥주 브랜드 칭따오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우리나라에도 큰 파장이 일었다. 수입사와 관련 당국은 해당 맥주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진단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근본적인 공장 품질 관리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며 대다수 소비자가 우려한 것이다.

소위 ‘오줌맥주’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 이후 1년여가 흐른 현재, 중국 맥주는 수입량은 반토막이 났다. 중국산(産) 맥주에 대한 공포가 발생한 자리는 일본 맥주가 채웠다. 올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에 근접했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물류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7만6700톤(t)을 기록했다. 통상 4분기에 주류 소비량이 평균보다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17년의 8만톤을 넘어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8만6700톤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중국 맥주는 2만1100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 맥주는 2019년 절정기를 맞았다. 당시 중국 맥주 수입량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많은 5만8200톤이었다. 반면 올해는 연말 물량을 감안해도 추세상 2만5000톤을 넘기기 어렵다.

그래픽=손민균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 맥주는 중국 맥주 1병이 팔릴 때 3병이 팔릴 정도로 강세였다.

그러나 중국 맥주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서서히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일본 맥주 3병이 팔리면 중국 맥주도 2병은 팔리는 수준까지 쫓아왔다.

이는 국내에 양꼬치 전문점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313개였던 서울 시내 양꼬치 전문점은 2017년 64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칭따오 맥주도 이 무렵부터 ‘양꼬치에는 칭따오’라는 광고로 이름을 알렸다.

더 극적인 변화는 2019년 찾아왔다. 일본 맥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2019년 7월부터 ‘노재팬(No Japan)’으로 불린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입량이 급감했다. 2018년 8만6700톤까지 올랐던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20년 팬데믹까지 겹치며 6500톤으로 급감했다.

일본 맥주가 수입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순위 역시 2019년 11월 한때 17위까지 떨어졌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홍콩산 맥주 등이 국내 시장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팬데믹 이후 불매운동 기세가 꺾이면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2022년 5월을 기점으로 계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일본 맥주 업계 1위 업체 아사히가 선보인 신제품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은 서서히 열이 오르던 일본 맥주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뚜껑을 통째로 따서 생맥주처럼 마시는 이 캔맥주 제품은 한때 맥주 업계에서 보기 드문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해당 제품을 국내에 선보인 롯데아사히주류는 뒤이어 다른 홉을 사용해 향을 강조한 아사히 쇼쿠사이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주류전문 유통사 후지이트레이딩의 이케다 쇼고 마케팅 담당자는 조선비즈에 “일본 내에서 맥주 소비량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 대형 맥주 제조사들은 감소하는 내수 물량을 감당해 줄 만한 해외 시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소비자의 경제력이나 취향 수준이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높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물류비용이나 변질에 따른 매몰 비용도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