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면세점에서 고가 위스키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주요 인터넷면세점 인기 상품 순위를 비싼 술들이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 쇼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특히 고가 위스키는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고 할 정도로 세금 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이런 제품은 면세로 구매할 때 가격 대비 만족도가 커진다. 특히 술은 여행자 입국 면세한도(800달러)와는 별개로 2병(2리터 이하), 400달러 이하까지 추가로 면세 반입을 할 수 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여행객까지 비싼 위스키를 면세점 구매 목록에 올려놓는 이유다.
19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에서는 올해 전체 취급 제품 가운데 발베니 25년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 제품은 시중에서 보통 200만원 안팎에 팔린다. 신라면세점 판매가는 107만원이다. 추가 할인 혜택을 더하면 시중 판매가 절반 수준에 살 수 있다.
3위는 달모어 20년이 차지했다. 이 제품 역시 면세점 판매가 기준 92만원인 고가 위스키다. 5위를 차지한 카발란 비노바리끄 솔리스트 1리터 제품은 19만원이다. 10위 로크로몬드 47년은 664만원에 달한다. 인기 순위 10위권 제품 가운데 4개가 주류다.
다른 면세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에서는 전체 순위 6위에 조니워커 블루라벨이 올랐다. 8위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아낀다는 몽지람 가운데 M6 플러스가, 11위에는 발렌타인 30년이 자리했다.
신세계면세점에서는 5위와 8위를 각각 대만 위스키 카발란 포트 솔리스트와 비노 바리끄 솔리스트 제품이, 10위를 몽지람 M6 플러스가 차지했다.
인터넷면세점이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는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주류 관련 규제에 의거해 술은 시내 면세점이나 항공·선박회사를 통한 구매 예약만 가능했다. 규정상 판매장과 인도장을 분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고가 주류는 역시 실물을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탓에 술을 예약한 다음 찾아가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해 7월부터 개정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명령 위임고시를 시행하면서 인터넷면세점에서 주류를 다른 면세품과 함께 주문·결제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오더를 이용해 선(先)주문한 후 출국장에서 물건을 받는 식이다.
이후 주류 스마트오더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인터넷면세점에서 주류를 대거 주문하기 시작하자 인터넷면세점은 경쟁적으로 주류 확보에 몰두했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선도적으로 독점 판매하기도 한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글렌알라키 한정판 제품 ‘글렌알라키 싱글캐스크 2013 11년 PX 혹스헤드’를 인터넷면세점에서 단독으로 팔기 시작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서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일한 주류 전문 플래그십 스토어를 96평 규모로 열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한 상황에서도 세금 비중이 높은 주류는 여전히 면세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면세점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인터넷면세점 주류 매출이 늘수록 정식 수입 절차를 거쳐 세금을 내고 들여온 수입 주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대다수 여행객들은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면세점 쇼핑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면세로 산 물건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소비해야 한다.
주류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면세점에서 산 술을 해외에서 마시지 않고, 다시 국내로 갖고 들여온다면 주류 면세한도 400달러를 고려해야 한다.
가령 롯데면세점 인기 품목에 해당하는 발베니 25년, 달모어 20년, 로크로몬드 47년은 구매 후 다시 국내 반입을 하려면 모두 세관에 면세한도 초과를 신고해야 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자진 신고를 하는 수요는 극히 일부다. 상당수가 세관이 여행객 모두 전수 조사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악용한다.
김주한 미국 블루브릭바 바텐더는 “자국 제품을 우선시하는 다른 국가 면세점과 달리 국내 주요 면세점 가운데 전통주를 제대로 취급하는 곳은 없다”며 “술이 면세 대상인 이유는 쇼핑 품목이어서가 아니라, 교토협약상 여행자 휴대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인데 면세점들이 이를 중간 이윤을 붙여 파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