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멸균우유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되는 사고로 해당 공장 영업정지 위기에 처했지만 주가는 잠잠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일유업 주가는 2017년 상장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소액 주주들이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미 주가가 낮은 상황이라 세척수 혼입 이슈에도 반응은 적은 것으로 봤다.

매일유업 세척수 혼입 논란 관련 영상./SNS 캡처

18일 매일유업 주가는 전날 종가(3만4800원) 대비 2.3%(800원) 상승한 3만5600원에 마감했다. 일부 공장 영업정지 위기에도 주가가 오히려 소폭 오른 것이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사내 급식으로 매일우유 오리지널 멸균 200㎖ 제품이 나왔는데, 일부 직원이 우유를 먹고 복통을 호소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가 접수됐다. 다음날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을 회수하겠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지난 16일에는 김선희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게재했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17일 오후 늦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9월 19일 오전 3시 38분에 멸균기 밸브가 약 1초간 열려 제품 충진라인에 세척수(2.8% 수산화나트륨)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화나트륨은 CIP(배관이나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클리닝하는 작업) 세척제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이른바 양잿물로 불리는 강알칼리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 현장에서는 보통 보호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수산화나트륨을 다룬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멸균우유 제조 과정 중 세척수가 혼입된 매일유업 광주공장을 대상으로 관련 관할 관청인 광주광역시에 영업정지 1개월 및 해당제품 폐기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날짜·시간 외에는 생산이력 온도그래프 확인 결과 이상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멸균기와 제품 충진라인이 분리돼 있지만, 멸균기 내부 세척작업 진행 중 작업자의 실수로 밸브가 열려 세척수가 제품에 유입됐다. 설비능력을 고려했을 때 최대 50여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미 주가 낮아 세척수 혼입 이슈에도 반응 적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유업 주가(종가 기준)는 12일 3만4650원, 13일 3만5250원, 16일 3만4950원, 17일 3만4800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식약처가 영업정지 1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을 광주광역시에 요청하자 주가는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세척수 혼입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도 주가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은 매일유업 주가가 그동안 지속해서 우하향하는 추세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소액주주들은 종목 토론방 등에서 “너무 저점이라 오히려 폭락을 피했다”, “악재를 반영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주가가 처참하다”, “(상장 후) 6년 내내 빠지는 주식이라 아무 타격도 없다”, “어차피 팔 사람은 예전에 다 팔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처음 상장됐다. 2017년 6월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존속회사인 매일홀딩스와 신설회사 매일유업으로 인적분할됐다. 매일유업 주가는 9만4000원에 신규 상장한 이후 줄곧 떨어졌다. 9만4000원을 웃돈 기간은 2018년 7월과 2019년 10월 등 몇 차례 되지 않는다.

매일유업이 주주로부터 외면받은 이유 중 하나는 주주들에게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주주 친화정책을 펼치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매일유업이 IR을 진행한 것은 2018년 6월과 2020년 4월 두 차례뿐이다. 인적분할 전에도 마찬가지다. 2016년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IR을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저출산 심화로 장기적인 성장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8459톤(t)에서 2022년 441만490t, 2023년 430만8350t으로 줄었다. 우유 소비층이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유업계는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와 물류비, 원부자재 등 제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매일유업 실적도 악화했다. 매일유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 1조4631억원에서 지난해 2023년 1조7830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5억원에서 722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일유업은 작년 8월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매일유업은 “어려운 유업계 현실이 반영된 조치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효율적, 역동적인 조직으로 전환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년 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다시피 하면서 해외사업이 유명무실해졌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저출산 문제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성장 모멘텀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앞서 식품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도 일시적으로만 영향을 받았을 뿐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이미 주가가 낮은 상황이라 세척수 혼입 이슈에도 반응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