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한 해 가운데 와인이 가장 잘 팔리는 시기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연말 무렵이면 전 세계적으로 와인 매출이 치솟는다.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북미권에서는 추수감사절부터, 유럽에서는 12월 중순부터 평소보다 비싼 와인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권에서도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한 와인 수요가 급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 여섯 병 중에 한 병 정도가 12월 한 달 동안 팔린다. 유통업계에서는 ‘12월에는 소주보다 와인이 더 잘 팔린다’는 통설이 자리 잡았다. 특히 송년회를 가볍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까지 연말 와인 소비는 꾸준히 늘었다.
와인 업계가 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연말 와인을 고르는 일은 매번 곤혹스럽다. 어렴풋이 와인과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도 때와 장소, 상황과 메뉴에 맞는 와인을 궁리하다 보면 사기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평생에 걸쳐 와인을 마신 외국 소비자도 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맘때면 여러 와인 전문 매체와 전문기자들이 앞다퉈 크리스마스 전후에 마실 만한 와인 리스트를 꼽는다.
연말 저녁 식사 자리에 오르는 메뉴 가운데는 고기 요리가 많다. 그저 레드 와인이라면 모든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지만, 그 가운데 최선의 조합이 있다. 특히 피노 누아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이런 리스트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미묘하면서도 순수하고 신선한 와인.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아 바로 마시기도 좋다.음식과 함께 마시면 놀라운 복합미(complexity)가 느껴진다.잰시스 로빈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꼽히는 잰시스 로빈슨은 2022년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와인 44종 가운데 10종을 피노누아 품종 와인으로 꼽았다. 4병에 1병꼴이다.
그는 2001년부터 매년 수십 종씩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와인을 꼽고 있다.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 이 리스트에서 빠진 적은 단 한 해도 없다. 전 세계 양조용 포도가 대략 1500여 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모임용 와인으로 피노누아가 차지하는 입지는 굳건하다.
연말에는 일상적인 상차림보다 특별한 음식을 고르는 경우가 잦다. 이들 메뉴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허브나 향신료를 쓴다.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라고 해도 향이 강한 허브 로즈메리가 으레 올라간다.
서양 요리에서는 연말 육류 요리에 크랜베리나 라즈베리 소스 혹은 민트 소스를 자주 곁들인다. 라즈베리 잼을 곁들인 칠면조 요리, 치미추리 소스와 함께 먹는 아르헨티나식 소고기와 닭 요리는 크리스마스 만찬의 정석이다. 치미추리 소스는 고수(실란트로)와 파슬리, 오레가노 같은 허브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섞어 만든 고기 요리 양념이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런 메뉴일수록 달지 않고, 입안에서 쓴맛이 많이 느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와인보다 체리나 딸기 맛과 향이 전면에 나서는 피노누아 품종 와인을 고르라고 추천한다.
서양 요리 소스에 자주 쓰이는 크랜베리나 라즈베리 향은 잘 익은 피노누아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 나오는 상징적인 향이다. 민트와 파슬리 향 역시 포도 줄기를 함께 넣어 양조한 피노누아 품종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소스와 비슷한 향을 가진 와인을 머금으면 입 안에서 소스처럼 요리에 착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
삼겹살, 치킨 같은 대중적인 우리 음식과도 피노누아는 잘 맞는다. 피노누아 품종 고유한 과일 향이 입안 깊숙이 느껴지는 기름기를 정리해 준다.
관건은 가격이다. 어느 요리에나 잘 맞는 와인을 소비자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노누아 산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피노누아 품종 와인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와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리벡스 와인 지수’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150개 와인 평균 가격은 최근 5년 동안 16%가 올랐다.
프랑스산 피노누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칠레산 피노누아는 연말 음식에 맞출 만한 훌륭한 대안이다. 칠레산 피노누아는 보통 프랑스산보다 체리나 딸기 맛과 향이 강한 편이다.
베라몬테 리추얼 피노누아는 이런 칠레 피노누아가 가진 미덕을 잘 보여준다. 이 와인은 칠레 유명 와인 산지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서 자란 피노누아 포도를 사용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와인 ‘오퍼스 원’을 빚은 천재 양조가 폴 홉스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사용하는 양조 기술을 상당 부분 적용했다.
포도를 신선하게 수확하기 위해 굳이 서늘한 새벽녘 손으로 포도 열매를 따는 수고를 기울인다. 밭에서는 양을 키운다. 양은 포도나무 주변 잡초를 먹고 천연 비료를 만든다. 베라몬테가 만드는 모든 와인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이 와인은 2024 주류대상에서 신대륙 레드와인 6만~10만원 이상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나라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