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자재 기업의 효자 사업부는 급식 부문이었다. 얇은 지갑 사정에 비싸지 않은 한 끼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내년 식자재 기업의 먹을거리는 급식 사업 중에서도 군대 급식이다. 현대그린푸드·아워홈·삼성웰스토리·CJ프레시웨이 등 식자재 4개 기업 모두 내년 사업 계획에 군 급식 수주를 포함시켰다. 군 급식은 새롭게 민간에 개방된 만큼 새 시장이고 규모가 큰 곳이 많은 데다가 급식을 거르는 이들이 많지 않아 수요 예측도 쉽다.
다만 식자재 업체들은 알짜 사업장만 골라 수주하기 위해 내부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덮어놓고 수주해서는 손해만 난다고 판단해서다. 군 급식이 처음으로 민간에 넘어온 2021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1조원 넘는 규모의 새 먹거리 시장이 열렸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해 보니 생각하지 못한 사업 장애 요소가 많았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군부대 10곳 중 7곳의 급식을 위탁으로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식자재 업체들은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급식 사업, 과연 어떤 점이 어렵다는 것일까.
① 軍 급식단가는 아직 한 끼당 5000원 수준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군 급식 단가는 아직 관공서급으로 낮은 편이다. 일반 기업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단가를 높게 잡는 추세다. 하지만 군 급식은 관급공사로 분류돼 단가가 낮다.
최근 일반 사내식당의 경우 한 끼에 8000~9000원가량을 책정한다. 하지만 군 급식 단가는 1일 기준 1만5000원 수준이다. 하루 세 끼로 나눠서 계산해 보면 한 끼에 5000원꼴이다. 군 급식 부실 논란이 인 이후 40% 넘게 올랐지만 아직은 단가가 높지 않아 수익성도 그만큼 낮다는 것이 식자재 업체들의 공통된 얘기다.
게다가 군부대는 위치 문제로 물류비를 따로 계산해야 한다. 산간 오지에 있는 경우 물류비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군 급식이 식자재·급식업체에 맡겨진다는 건 조리병을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인건비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 물류와 마찬가지로 지방 외지로 나가면 나갈수록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비용도 뛴다.
한 식자재 업체 관계자는 “이력을 쌓아놔야 추가 수주가 쉬운 만큼 시장이 열리자마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일부 사업장은 손실이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매출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내실까지 다지려면 계산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② 지역 농가의 반대
지역 농가의 반대도 거센 편이다. 군부대마다 인접 지역 농가가 재배한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계약이 수년간 이어져 온 경우가 많아서다. 국방부는 1970년부터 농협과 협의해 식자재를 납품받고 있다. 일부 친환경 농산물은 협의를 통해 인근 농가 우선으로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군 급식이 민간에 위탁되면 본사 차원에서 식자재를 조달하기 때문에 군부대 인근 농가의 재배물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어렵다. 이는 인근 농가 입장에선 안정적인 거래처를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급식·식자재 회사는 합법적으로 사업장을 수주하더라도 지역 농가나 지역 단위 농협과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식자재 업체 관계자는 “지역 농가와 자리를 마련하면 결국은 지역 농산물 사입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식자재 업체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사업을 수주했을 땐 생각지 못한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다.
이에 4대 식자재 업체에서는 군 급식의 규모와 안전성, 물류 위치 등을 고려해 결국은 몇몇 곳만 알짜 사업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알짜 사업장 몇 곳을 둘러싼 수주전이 치열해질 것이란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풀무원의 푸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와 동원그룹의 동원홈푸드가 시장을 양분해 왔는데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가 전부 뛰어든다고 한다”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