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929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늘었습니다. 2019년 1조8696억원, 2020년 1조9284억원, 2021년 2조3856억원, 2022년 2조593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2818억원으로 연 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얼핏 보면 스타벅스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덩치가 커진 데 반해 이익이 줄고 있어서죠. 영업이익은 2019년 1751억원에서 지난해 139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2021년까지 10%대 내외를 유지했던 영업이익률도 2022년부터는 4.7%, 2023년 4.8%, 올해 상반기는 5.1%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2년은 이마트(139480)가 미국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SCI)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해입니다.

스타벅스 왜 한국 시장에서 전성기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걸까요?

우선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성공 전략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음료가 준비되면 진동벨 대신 바리스타가 고객의 이름을 불러 호출하는 방식,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 분위기 등은 그동안 ‘스타벅스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미국식 문화와 더불어 편안한 공간 인테리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제공되는 프리미엄 커피 등 현지화 전략이 통하며 국내에선 ‘별다방’이라는 애칭까지 붙었죠.

하지만 이제는 스타벅스의 철학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부 매장에서 진동벨을 도입하는가 하면, 키오스크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대면 대응’ 원칙이 바뀐 거죠.

가격 인상도 잇따릅니다. 지난 8월 커피 메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 아이스 음료 11종의 가격도 인상했습니다. 앞서 8월 커피 가격을 인상했을 때는 톨 사이즈 가격은 동결하되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를 각각 300원, 600원씩 올렸고, 에스프레소 샷 등 추가 비용도 6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들어선 다른 커피 브랜드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메가커피와 컴포즈 커피 등은 저렴한 커피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메가커피와 더벤티의 영업이익률은 10%대, 컴포즈 커피의 영업이익률은 40%대에 달합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직영점을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저가 커피 브랜드는 가맹점 위주의 사업을 하고 있어서입니다. 가맹점과 달리 직영점은 매장이 크고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하기에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벅스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에는 일부 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이벤트와 공지 운영 등으로 고객과 파트너들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본사가 떨어진 영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는 “스타벅스는 특유의 ‘미국식 환대 문화’로 경험을 판매해 왔지만, 이제는 스타벅스의 글로컬라이제이션(현지 판매 전략)이 더 이상 새롭게 보이지 않는다”며 “스타벅스를 따라잡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소비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스타벅스는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9월 29일 마감된 회계연도에서 스타벅스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친 362억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 감소한 54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에 미국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전년 대비 60%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 발길이 줄어들었고, 긴 대기 시간과 부정확한 서비스에 고객 불만 등이 겹쳐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지 기업인 ‘루이싱 커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의 공세에 브랜드 입지가 줄고 있어서죠.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스타벅스의 최대 해외 시장입니다. 올해 9월 기준 7596개의 매장이 있는데, 이는 스타벅스 전 세계 매장 중 19%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전략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문 교수는 “카페라는 공간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식사를 해결하는 공간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맛은 물론 공간까지 스타벅스가 소비자들의 니즈에 걸맞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