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앞두고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식품 업계를 추려보면 3세 경영이 가속화된 분위기입니다. 승진을 했거나 승진 소식이 없더라도 기업 내 신사업 부문에 이름을 올리곤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농심(004370)의 신상열 전무와 신수정 상무가 대표적입니다.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을 전무로, 신동원 회장의 장녀이자 누나인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시켰습니다.
신상열 전무는 승진은 꽤나 빠른 편입니다. 입사 5년 만에 전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1993년생으로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3월 농심에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하고 입사 1년 만인 2020년 대리를 달더니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 구매담당 상무를 지냈습니다.
농심 측은 신상열 전무의 승진에 대해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농심의 비전을 만드는 미래사업실의 전무 승진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신수정 상무의 승진에 대해서도 “주스 브랜드 ‘웰치’를 담당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뤄내 승진 대상에 올랐다”면서 “글로벌 식품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승진한 인물은 또 있습니다. 김호연 빙그레(005180)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입니다.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지난 3월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작년 말에 승진한 삼양식품(003230) 3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도 초고속 승진을 한 경우입니다. 당시 전병우 CSO는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2019년 부장으로 삼양식품에 자리를 잡은 지 5년 만입니다.
이들에겐 숙제가 있습니다. 빠른 승진에 걸맞은 성과입니다. 어느 부서에 자리를 잡건 간에 해외시장 개척이나 신사업 발굴 등의 보직을 맡는 이유입니다. 요즘 식품회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매출 증대나 이윤 보전을 꾀할 수 없습니다. 또 식품에만 집중해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펫(반려동물)푸드로 식품 지척의 산업에 눈을 돌려야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과 오뚜기(007310)입니다. 국내 라면시장만 한정해서는 삼양식품이 오뚜기의 비견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지 못했지만, 해외시장으로 넓혀보면 이제 체급이 완전히 다릅니다. 삼양식품은 올 3개월 누적 영업이익만으로 작년 영업이익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오뚜기는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23%가량 하락했습니다. 차이는 해외시장이었습니다. 삼양식품의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은 78%를 넘어서는데, 오뚜기는 이번에 겨우 10%를 기록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눈을 돌린 곳도 있습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입니다. 농심의 신상열 전무는 ▲건강기능식품 ▲대체육 ▲스마트팜 ▲펫푸드 등의 분야를 모두 농심의 신성장 동력 후보에 올리고 매진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전병우 헬스케어BU장이 진두지휘하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잭앤펄스’를 내놓고 적극적으로 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진하는 것과 성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삼양식품의 불닭 성공은 3세의 것이 아닙니다. 다른 식품회사의 신사업들도 판을 바꿀 만큼의 성공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보통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야 승진을 합니다. 때론 성과를 내고도 그 몫을 뺏겨 승진에서 누락되기도 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흔한 비애입니다. 그런데 3세들의 승진은 정반대의 공식을 밟습니다. 일단 가장 유망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면 됩니다. 해외시장 진출, 신사업 발굴은 모두 쉽지 않은 일이지만 3세들은 그래도 가장 유리하게 시작합니다.
돌아오는 2025년 푸른 뱀의 해엔 젊은 3세들의 승진에 걸맞은 좋은 뉴스가 들려올까요? 초고속 승진은 어쩌면 시간을 벌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 주주들에게 성과를 나눌 기회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