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롯데GRS가 최근 일본 유명 우동 프랜차이즈 ‘마루가메제면(丸亀製麺)’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프랜차이즈 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주고 대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롯데GRS는 햄버거, 커피, 도넛 등에 이어 우동으로 외식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지난 20일 일본 외식업체 토리돌(Toridoll) 홀딩스와 계약을 맺고, 일본 우동 체인 마루가메제면을 국내에 선보이기로 했다.
마루가메제면은 1985년 일본 효고현에서 8평짜리 선술집으로 시작했다. 이후 40여 년이 지난 현재 12개 국가에서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우동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토리돌코리아 법인을 세우고 서울 홍대 인근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여 개 점포를 운영했다.
그러나 2019년 7월부터 ‘노재팬(No Japan)’으로 불린 일본산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뒤이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닥쳤다. 결국 마루가메제면은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1년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 철수 시점은 공교롭게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3년이 지난 2024년 마루가메제면은 롯데GRS와 손잡고 다시 국내에 상륙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리돌은 서울에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이후 플래그십(중심) 매장도 개장하고, 공항과 쇼핑몰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3년 내로 50개 이상 점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토리돌은 밝혔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토리돌 측이 이전 실패 원인을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직진출에서 찾았다. 롯데GRS처럼 한국 부동산 시장과 소비자 수요에 대한 오랜 업력을 갖춘 대기업과 손잡으면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셈이다.
토리돌은 일본 현지에서 마루가메제면 외에도 라면 전문점 준도야, 돈카츠 전문점 톤이치, 기타 야키니쿠, 야키소바, 커피 전문점 등 여러 분야에서 각각 다른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
토리돌은 이번 마루가메제면 재진출 이후 향방에 따라 다른 보유 브랜드를 국내에서 함께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유니클로 등 일본 현지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잘 녹여냈다. 2021년 철수한 경력이 있는 ‘중고’ 브랜드와 다시 손잡은 배경에는 토리돌이 보유한 이런 다양한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마루가메제면은 일본 현지에서 3000원대에 팔리는 저렴한 우동 브랜드”라며 “외식업 경기가 침체라고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빠르게 혼자 먹을 수 있는 저가 음식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에 대한 풍문이 가라앉지 않을 만큼 그룹 경영 상황이 어려운 상태다.
올해 3분기 기준 그룹 유통군 큰 형뻘인 롯데쇼핑(023530)은 매출이 5% 줄었다. 롯데 모태이자 간판 롯데웰푸드(280360)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쳤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순익이 7% 줄었고, 편의점 미니스톱을 사들인 코리아세븐도 87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대다수 계열사가 롯데GRS처럼 새 브랜드를 선보이기보다 기존 브랜드를 잘 유지하는 수성(守城)에 집중하는 상태다.
이 가운데 오로지 롯데GRS는 꾸준히 선전했다. 올해 3분기에도 롯데GRS는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매출(2607억원)이 5% 늘고 영업이익(129억원)은 50% 급증했다. 새 브랜드에 손을 뻗칠 만한 여력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다만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한번 국내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동은 일본 대표 음식이라는 대중성을 갖추고 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신선함이나 기발함과 거리가 멀다.
여러 국내 외식업소 가운데 유난히 일식(日食) 분야 폐점률이 높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5922개였다. 이 가운데 일식 분야 폐점률은 33%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토리돌 관계자는 일본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도 일본 같은 면 문화가 있고, 일본 우동과 유사한 메뉴를 제공하는 체인점들이 존재한다”며 “마루가메제면과 같은 일본식 상품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