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시장에서 과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던 삼다수의 최근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6일 제주자치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 39.4%였습니다. 삼다수 점유율은 2015년 45.1%에서 2022년 42.8%, 지난해 40.3%로 하락했는데 결국 40% 선이 무너진 겁니다.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삼다수 판권을 받아 시장에 유통하는 광동제약(009290)은 올해 들어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점유율 사수에 나섰지만,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삼다수 점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생수 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의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서 60개 업체가 210여 생수 브랜드를 생산해 시장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 롯데칠성(005300)음료 아이시스, 농심(004370) 백산수 순으로 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 풀무원샘물, 동원샘물 등도 생수 공장을 증설하며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입니다. LG생활건강(051900)도 생수 브랜드 ‘울릉샘물’을 출시해 내년 초 생산에 나서기로 했죠.
여기에 편의점, 마트 등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기획·제조해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늘고 있어 삼다수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평이 나옵니다.
삼다수가 지난해 가격을 올린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형마트에서 삼다수 2리터 기준 가격은 980원이었는데 작년 2월부터 108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삼다수가 가격을 올린 건 2018년 이후 5년 만입니다.
광동제약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다수는 지난해 6억7927만 병이 판매되며 전년(6억9012만 병)보다 판매량이 2000만 병 줄었지만, 매출은 2022년 2955원에서 작년 3096억원으로 150억원이 증가했습니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감소를 막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광동제약으로선 삼다수가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삼다수 매출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33.8%에 달하지만, 마진율이 낮아 광동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삼다수를 공급받아 위탁 판매하는 방식이라 마진율이 높지 않은 탓이죠.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광고 비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판관비(판매비·관리비)는 2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습니다. 이 중 광고선전비는 405억원으로 7.8% 올랐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3월에는 광고 시장에서 ‘A급 모델’로 꼽히는 가수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제주공항에서 삼다수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삼다수와 함께 에코백, 치약, 물티슈, 어린이용 가방 등을 증정한 건데요. 물은 필수재인 데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홍보 행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점유율이 흔들리자, 삼다수 브랜드 홍보에 두 팔을 걷은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가격은 올리고 광고에 돈을 쓰면서 커지는 생수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900억원에서 2021년 2조1200억원, 2023년 2조7400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올해는 3조17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판관비 증가가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가격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