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11월 29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할인이 들어가더라도 최근 환율까지 감안하면 엄청 싸게 물건을 산다는 기분이 나지 않아서다. 원래 미국에서만 이어지던 할인 행사가 해외 직구 열풍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면서 블랙프라이데이는 환율 수준이 따라줘야만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 유래된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금요일(추수감사절 다음 날) 하루 동안 1년 중 가장 큰 규모로 할인이 들어가는 행사다. 기업은 1년간 미처 팔지 못한 물건을 내년 신상품을 내놓기 전에 처분하고, 소비자는 할인 행사로 싸게 물건을 구매하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맞이 할인 행사를 한 달 정도 이어가는 분위기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월을 맞아 해외 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살이를 한 번 해봤다거나 소비에 적극적인 일부가 물꼬를 텄던 해외 직구는 이제 다양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즐기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해외직구 금액은 37억5000만달러였는데 지난해엔 52억8000만달러로 40%가량 늘었다.
해외 직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직구 규모 증가세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주요 유통업체인 월마트, 아마톤, 타겟, 메이시스가 이미 대규모 할인 행사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환율을 고려했을 때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을 수 있어서다.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환율 수준이 12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과 할인율이 같다고 하더라도 작년 대비 10% 넘게 비싼 값을 내고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해외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각종 할인 정보를 취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율을 고려했을 때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국내 해외직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최근 일주일 새 할인율과 환율을 비교하는 글은 전주 대비 약 30% 정도 늘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직구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일본 엔화 환율은 900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환율 과정에서 보는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의류 브랜드 직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꼼데가르송이나 이세이미야케나 바오바오 등이 대표적이다.
환율이 오르자,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더 싸게 물건을 구매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에 나서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할인 쿠폰이나 무료배송 서비스를 감안하면 환율에서 오는 손실을 줄일 수도 있다.
11번가는 미국 이커머스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입점업체 1만여 곳이 참여하는 쇼핑 축제 ‘2024 블랙프라이데이 오리지널’을 진행하고 있다. 인기 직구 상품을 최대 70% 할인 가격에 판매한다. 커넥트웨이브가 운영하는 직구 플랫폼 몰테일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상품 할인과 무료 배송을 지원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심리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이들을 잡아야 매출을 지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목표 매출액을 부지런히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블랙프라이데이를 허투루 보낼 수 없어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할인 쿠폰 등을 잘 챙기면 직접 직구에 나서는 것보다도 쌀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