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내년 3월 대표 매장인 서울 중구 본점 식당가를 전면 재개장한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시도하는 리뉴얼(renewal·새단장)이다. 신세계는 모태(母胎) 매장 격인 본점 식당가를 새로 꾸며 명동과 남대문시장 일대에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1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2월 본점 본관 5층 전문 식당가 철거에 들어간다. 6층 경양식 전문점 까사빠보도 문을 닫는다. 새 식당가는 내년 3월 신세계포인트센터·문화센터 등 백화점 서비스 시설이 자리한 신관 13층과 14층에 나눠서 문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는 새 공간에 입점할 음식점들과 마무리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 이미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을 포함한 카페, 일식 전문점 등이 신관 입주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본점을 헤리티지관, 본관, 신관 3곳으로 나눠서 운영한다. 헤리티지관과 본관은 1929년 지어진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이 기반이다. 95년이 넘은 건물이라 만성적인 공간 부족에 시달렸다. 전문 식당가 역시 2016년 신세계면세점이 신관에 자리를 틀자 본관 5층으로 밀려났다.

현재 신세계 본점 본관 5층에는 봉피양과 큰기와집, 한우리 같은 한식 전문점과 퓨전 일식 전문점 마쯔야, 조선호텔이 직영하는 중식집 호경전 등이 영업 중이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더현대서울이나 애비뉴엘을 포함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입점 브랜드에 비해 유행에 부합하거나,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평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들 레스토랑은 내년 2월까지만 영업한다. 신관 공사는 이달 시작해, 내년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새로운 식당들이 입점한 후 내년 3월 재개장한다. 고객센터가 자리한 13층은 카페 등 캐주얼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아카데미가 있는 14층은 한식과 중식, 일식 관련 프리미엄 다이닝으로 꾸밀 계획이다.

같은 시기 신세계는 본점 옆 제일은행 구 본점에 제2명품관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건물은 유형문화재 71호로 지정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2015년 이 건물을 사들인 신세계는 내년까지 차별화한 고가 브랜드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 식당가까지 합치면 신세계 본점 일대에 ‘새로운 정유경 시대’를 알릴 수 있다는 게 신세계의 전략이다.

신세계는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백화점에 ‘큰손’으로 떠올랐다.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했다.

이들은 다른 백화점에서 할 수 없는 경험에 집중한다. 신세계가 지난 1일 본점 외부에 미디어파사드(빛과 영상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법)를 재단장한 신세계스퀘어를 조성하자, 외국인 방문객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5% 증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 본점은 2016년 시내면세점 매장을 열며 기존 백화점 F&B(식음료업) 시설 축소가 불가피했다”며 “최근 명동, 남대문시장 일대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국내외 소비자 중심으로 F&B 시설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관련 시설을 늘리기로 했다”고 했다.

늘어난 외국인 방문객에 맞춰 이들에게 소구력이 큰 유명 케이(K)-푸드 메뉴를 면세점 인근 층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식음료업은 최근 백화점 업계가 명품 유치보다 더 신경 쓰는 분야다. 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해외여행이 늘면서 백화점 명품 소비는 성장세가 꺾였다. 반면 식음료 부문은 백화점 매출 순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 2월 신세계는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강남점 식품점을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로 리뉴얼해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7월 18년 만에 압구정본점 식품관을 재단장해 매출을 전년 대비 44% 늘렸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식음료 매장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