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진흥원이 23일 한식 워크숍을 진행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2024 한식 콘퍼런스의 연계 행사다. 국내외 셰프들은 물론 외신 기자, 장 전문가 등을 한데 모아 ‘한국의 장(醬)’을 주제로 진행됐다.
전해웅 한식진흥원 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올해 말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라 장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식 워크숍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장 담그기 시연으로 시작했다. 시연은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희숙 한국의집 조리 고문과 김도섭 한국의집 총괄셰프가 맡았다.
조 고문과 김 셰프는 먼저 백태(콩의 한 종류)를 물에 불린 뒤 삶아 으깨 메주를 만드는 과정을 선보였다. 또, 앞서 만들어 발효해 둔 메주에 소금, 물, 고추, 숯 등을 더해 장을 담그는 과정까지 보였다.
이 밖에도 메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 수 있는 청국장을 만드는 방법과 빻은 메주에 떡과 조청, 고춧가루 등을 써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도 선보였다. 담근 지 1년 된 간장과 10년 된 간장의 차이를 체험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조 고문은 “오늘 시연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며 “한국의 장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지방마다, 집마다 형태가 다르고 맛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 발효 장에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다양성에)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고문은 장을 토대로 한 한국 음식의 다양성과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식이 고추장·된장을 써 좋은 재료의 맛을 가린다는 말도 종종 듣는데, 한식에도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요리의 줄기가 있기에 장으로 맛을 내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발효 장은 다양한 발효 식품을 위한 재료로도 쓰인다”면서 “야채 등을 고추장·된장에 박아 숙성해 절여서 먹기도 한다”고 했다. 한식의 특징 중 하나인 다양성을 만드는 데 장이 기본이 된다는 것이 조 고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전에는 가정의 연례행사로 장을 담갔는데, 장이 잘 숙성되는지를 보고 가정의 안녕과 불행을 예견하기도 했다”고 했고, “장을 담은 장독 위에 정한수를 떠 놓고 가족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일종의 종교적 행사도 이뤄졌다”고 했다.
조 고문은 “세대가 바뀌며 장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면서도 “젊은 셰프들을 비롯한 많은 분이 문화의 흔적을 찾아 재연하는 복고의 흐름이 있어 오랜 장 문화가 절대로 맥이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 담그기로 시작한 한식 워크숍 행사는 한국의 해산물과 장, 한국의 채소와 장, 한국의 고기구이와 장 등의 주제로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각 행사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도윤 셰프를 비롯해 박성배·조은희·민경환 셰프 등이 이끈다.
특히, 참가자들이 직접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이를 장과 함께 활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강의도 이뤄진다. 워크숍에는 박정현 미국 아토믹스(미슐랭 2스타) 셰프, 지미 림 대만 제이엘스튜디오(미슐랭 3스타) 셰프, 상훈 드창브르 벨기에 레르 뒤 탕(미슐랭 2스타) 셰프, 양종집 미국 CIA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김대천 세븐스도어 셰프, 권우중 권숙수(미슐랭 2스타) 쉐프, 조서형 을지로 보석 셰프, 구본일 구본일 발효 대표, 김명성 참발효 대표, 정병우 만포농산 대표 등도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