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김치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세계(004170)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와 SK네트웍스(001740) 워커힐호텔앤리조트를 두 축으로 올해 파라다이스호텔도 참전했다. 매년 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올해는 배춧값까지 치솟자 비싸더라도 좋은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 워커힐 수펙스 김치 매출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호텔이 만들어 파는 김치의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세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이 파는 워커힐 수펙스(SUPEX) 김치는 올해 1~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41% 증가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대표적인 호텔 김치 1세대 기업이다. 1989년 호텔 업계 최초로 호텔 내에 김치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후 1997년 수펙스 김치를 처음 상품화했다. 수펙스는 슈퍼 엑설런트 레벨(Super Excellent Level)을 줄인 말이다. 이 김치는 남북정상회담, 다보스 포럼, G20 정상회담 같은 주요 국가 행사 메뉴에 여러 차례 올랐다고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전했다.

워커힐은 2018년 외부 공장에서 만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워커힐호텔 김치’를 수펙스 김치와 별도로 선보였다. 워커힐 김치는 1kg 기준 1만원 대로 시중 포장 김치와 가격이 비슷하다. 두 제품은 모두 워커힐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워커힐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두 제품은 이달 한때 호텔 김치 인기와 맞물려 온라인에서 매진을 빚었다. 워커힐 김치는 호텔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제품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02년 이 시장에 뛰어들며 워커힐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조선호텔은 서울 성동구에서 안전관리인증(HACCP)에 부합하는 자체 프리미엄 김치공장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호텔에서 파는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와 연계한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를 모두 만든다.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는 1kg에 3만원에 가까운 프리미엄 김치다. 이 김치는 오프라인 조선호텔 델리나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 SSG푸드마켓 등에서 판매된다. 온라인에서는 이마트몰 등 신세계 계열 쇼핑몰에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입점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조선호텔 김치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김치 관련 매출이 매년 증가하자, 호텔 측은 김치사업팀을 리테일팀 소속에서 별도 팀으로 격상했다.

그래픽=정서희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8월 배추김치를 선보이면서 호텔 김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롯데호텔 김치는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롯데호텔 이(e)샵이나 롯데홈쇼핑 등에서 판매된다. 롯데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김치 매출은 이전 분기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호텔 한식당 레시피를 사용했지만, 자체적인 생산 시설은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매주 목요일 1회 일괄 배송 형태로 김치를 전달한다.

지난 10일에는 파라다이스(034230)호텔이 특급 호텔 김치 전쟁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파라다이스그룹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호텔 포기김치는 ‘카카오톡 쇼핑하기’ 사전 판매에서 첫날 준비한 1500개가 모두 팔렸다. 이튿날 긴급 조달한 1200개도 매진됐다. 파라다이스호텔 포기김치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내 한식 파인 다이닝 ‘새라새’ 총괄 주방장 레시피를 활용해 개발됐다. 이곳도 자체 생산 시설은 갖추지 못했다.

◇ “대규모 김장 문화 소멸하면 다양한 김치 제품 나올 것”

특급 호텔이 자사 이름을 걸고 선보이는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2배에서 3배까지 비싸다. 다만 가격대가 높더라도 국산·고품질 재료를 선호하는 소비 흐름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김치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치 조달 방법 중 포장김치 구입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최근 3년간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호텔 입장에서 김치 사업은 기존 식음료 사업장 인력과 조리·연구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입 비용이 저렴하다. 주요 호텔 대부분이 계열사로 유통 채널을 두고 있어 판매망 확대나 납품도 수월하다. 무엇보다 특급 호텔이 주는 고유한 이미지가 판매에 주요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국인은 김치를 매일 먹다시피 한다. 김치를 고를 때 가격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도 많다. 2021년 ‘알몸 김치’ 사건 이후 중국산 김치를 포함해 저가 식품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반면 호텔 김치는 모두 국산 원재료와 전문 인력 손길을 거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대규모 김장 문화가 소멸하면, 그 자리를 대형마트 프리미엄 김치, 호텔 김치, 식자재마트 저가 김치 등 다양한 세그먼트(분류 그룹) 제품들이 채울 것”이라며 “호텔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경험한 소비자가 만족도에 따라 다시 객실이나 식음료 매장을 방문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